녹색인증제 개정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개정을 위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상의 관련 근거 마련 작업도 마무리한 상태다. 대선일인 오는 19일을 전후해서 정부는 새로운 녹색인증의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5월부터 이번 개정작업에 동원된 민·관 전문가만 850여명, 여기에 100여명의 검증전문가가 제도 검증회의를 진행해 개정안의 완성도를 높였다. 약 8개월 동안 수많은 역량과 자원을 동원한 만큼 개정안에 대한 관계부처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점검회의와 사전 공청회를 통해 2010년 4월 시행한 녹색인증제가 기업들의 실제 영업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이번 개정안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녹색기술제품확인제로 녹색 비즈니스 키운다
정부가 녹색인증제 개정과 관련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부문은 녹색기술제품확인제 도입이다. 녹색기술제품확인제는 상용화된 제품에 녹색기술이 적용되어 있는 지를 확인해주는 것으로 그동안 기술과 사업에서만 진행하던 녹색인증 활동을 제품으로까지 넓혔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제품확인제 도입은 녹색인증 기술을 기업 매출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인증 획득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기술사업화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 영역에서 수익 증진을 이끌어내 인증의 실효성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기업의 녹색 사업화능력을 촉진한다는 당초 녹색인증제 목적과도 부합하는 변화다.
제품확인제는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를 위해 기존 녹색인증제 운영체계에 제품 적합성 확인을 위한 필요절차가 추가된다. 녹색기술제품확인서를 발급 받은 제품은 녹색인증마크를 부착해 기업의 제품홍보와 수익창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제 녹색인증을 기술과 사업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모든 녹색기술 인증기업이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녹색기술인증을 확인한 기업이면 제품 확인을 신청할 수 있지만 상용제품을 위한 인증인 만큼 지속생산을 위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OEM 제조일 경우에는 증빙서류로 대체할 수 있다.
품질수준도 높다. ISO 등 품질관련 인증 보유 유무, 생산 품질관리의 체계성, 제품 성능이 녹색기술인증의 기술 수준을 만족해야지 제품확인을 받을 수 있다. 녹색인증마크의 신뢰도와 변별력을 확보해 시장에서 인정하는 마크로 정착시킨다는 복안에서다.
업계에서는 녹색기술제품확인제 도입을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인증마크를 사용하는 제품의 시장 유통으로 인증 획득 기업에 대한 전체적인 홍보와 신뢰도 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별도의 설명 없이도 회사가 녹색부문에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고객사에 어필할 수 있어 비즈니스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린 홈 100만호 보급사업 등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는 신재생 업계도 인증마크가 시장을 투명하고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녹색기술제품확인제, 어떤 변화 가져오나
내년부터 녹색기술제품확인제가 도입되면 녹색인증 관련 지원 부문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녹색인증 획득 기업들의 제품 판로 확대로 수익성이 좋아지고 신규 녹색기술제품 개발 및 생산량 증대로 다시 녹색시장 저변을 키우는 선순환구조 정착을 기대할 수 있다. 산업현장은 물론 사무공간, 일반 가정에까지 청정 환경 구현이 이슈가 되고 있는 최근 세태를 감안하면 고객들은 보다 손쉽게 녹색기술제품을 확인·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정부 발주공사나 공공조달에서의 녹색기술제품의 활약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자체 사이에서는 사업자재 및 물품 구매 시 자연스레 녹색기술제품을 구매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실제로 조달청은 내년 3월부터 정부조달 과정에서 인증 인센티브 개선으로 녹색인증 취득 기업을 우대할 예정이다. 또 녹색인증 기업의 국내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마련한 광고·홍보마케팅 지원 사업 이용률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제품확인제가 제품에 대한 기업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새로운 친환경 제품으로 신규시장을 개척할 경우 유사품 난립에 따른 피해에 대응할 수 있다.
지자체별로 시행하고 있는 녹색인증 관련 혜택에 제품확인제 카테고리도 신설될 수 있다. 관련해서 인증마크 획득을 위한 컨설팅 지원과 녹색기술제품확인 대행 등의 지원사업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인증마크 획득을 위한 필수 요건이 제품 성능 확보를 위해 제품 성능 검사비 지원 프로그램도 등장할 전망이다.
한영열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시장과 사무관은 “이번 녹색인증 개정의 핵심은 제품확인제 도입”이라며 “인증마크를 부착한 녹색기술제품들의 시장 유통으로 인증의 실질적인 혜택 증진과 녹색산업의 활성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박스]녹색인증은 세계적 추세
녹색인증을 통한 산업전반으로의 녹색DNA 전파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세계 주요 선진국도 선례가 없는 탄소감축량 실현을 위한 저탄소 상품인증을 개발 중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 레벨 녹색인증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네델란드 `그린펀드스킴(Green Funds Scheme)` 중국 `그린와치(Green Watch)` 인도네시아 `프로퍼(PROPER)` 필리핀 `에코와치(Eco Watch)` 등이 있다.
그린펀드스킴은 네덜란드 정부의 녹색금융 활성화 정책 일환이다.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저리 대출 및 녹색 투자자에 대한 세금 감면 제도를 통해 녹색산업 육성에 필요한 개발 및 투자 촉진을 유도하고 있다.
프로젝트 사업자가 프로젝트 개요 및 예상되는 환경개선 효과, 필요한 자금 및 예상 수익률 분석, 잠재적 리스트 등 프로젝트 관련 상세 내용을 담은 계획서를 작성해 녹색은행(Green Bank)에 제출하면 은행은 프로젝트의 경제성 분석 후 녹색인증(Green Certificate) 심사를 담당하는 인증기관에 발급 신청서를 제출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약 8주간 평가기관 내부 인증 심사를 거쳐 최종 발급 여부를 결정, 해당 은행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사업자에게 저리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다.
그린와치는 중국 환경보호총국이 친환경 생산체계를 확산하고 환경경영 불량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목적으로 시작했다. 환경경영 역량 수준에 따라 기업을 5단계로 구분·공지하는 내용의 기업환경관리 평가 제도를 2006년부터 적용했다.
평가대상은 제조업 및 서비스업 중 오염배출기준을 초과하거나 총량규제표준을 초과한 기업, 유해재료를 사용하는 기업,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 등이며 환경경영역량 우수기업부터 녹색·청색·황색·홍색·흑색기업 칭호를 부여한다. 이를 위해 오염배출지표, 환경관리지표, 사회영향평가 등의 3개 분야 17개 지표를 마련해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프로퍼는 인도네시아 환경관리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환경오염이 증가하는 반면, 환경당국의 예산제약 및 법제도적 권한의 미비로 환경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세계은행의 자문을 받아 시행한 제도다. 사업장 환경경영 역량 평가 및 공개 제도로 199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프로퍼를 통해 높은 녹색경영 역량을 확보한 기업에게 환경친화기업 대상을 수여하고 최하등급인 블랙(Black)을 받은 기업은 법적 조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에코와치는 필리핀 환경자원부 주관 하에 1997년부터 시행되어 온 제도다. 등급별 사업장 명단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다. 평가는 배출 환경오염물질의 기준 준수 여부, 독극물 및 유해물질 관리 및 기준 준수 여부, 오염처리시설 가동 여부, 개선 준수계획서 제출 여부 및 준수 여부 등을 순차적으로 평가한다.
이밖에도 미국·일본·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다수의 녹색관련 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공공구매 유통체인 등이 그린마케팅 차원에서 친환경 상품 적극 판매 중이다. 그러나 다양한 인증제도에 비해 이를 취득하는 제품 수가 부족한 상황이며, 제품인증 획득 시까지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이 크고 소비자의 인식도 부족하다.
우리나라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하는 녹색기술제품확인제는 해외 녹색인증 사례를 벤치마킹해 인증취득 제품 풀을 늘리고 획득기간 및 비용을 줄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준비되고 있다.
해외 주요 녹색인증제 현황
[소박스]녹색기술제품확인제 성공 초기홍보에 달렸다
녹색인증기업들은 이번 제품확인제 도입에 대해 큰 기대를 거는 한편,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인증 대상이 제품인 만큼 인증마크를 중심으로 한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동안 녹색인증 관련 홍보는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증마크의 활용은 분명 효과가 있겠지만 홍보의 강도에 따라 그 성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녹색기술제품 예비후보들 중에는 신기술을 활용한 신규제품이 많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인증마크 홍보의 역할과 책임은 클 수밖에 없다.
혜택의 차별화도 고려대상이다. 업계는 제품확인제만을 위한 특별한 지원이나 혜택이 없을 경우 기술인증과의 차별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뿐만 아니라 이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도 인센티브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제품인증인 만큼 수출지원 대책도 있어야 한다.
한 녹색기술인증 기업 관계자는 “환경유해물질 규제인 RoHS에 대응하는 등 인증마크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녹색기술제품확인제 시행과 함께 대대적인 홍보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에 없던 대대적 규모의 홍보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정부관계자의 언급이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가용한 모든 미디어를 활용해 인증마크를 시장에 알린다.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수단 홍보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는 인증보유기관, 평가기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전국 순회설명회를 시작한다. 지역 산업단지, 벤처기업협회 등 기업 수요자 신청에 의한 교육도 계획 중이며 이를 위해 녹색인증 홈페이지에 별도 게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