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녹색성장이라는 씨앗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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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 알록달록한 플래카드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대선 철이 가까이 왔음을 알겠다. 정치인에게는 불꽃 튀는 접전의 계절이겠지만 정책 연구자에게는 현 정부 5년간의 성과와 실패를 곰곰이 되짚어 보고 새로운 정부의 앞날을 전망해 보는 분주한 시간이다. 노요지마력(路遙知馬力),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행한 여러 정책의 공과를 임기 말에 당장 평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단기간에 효과를 내는 정책도 있지만 정책이란 대개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아서 씨앗을 뿌리고 모종으로 키워내 열매를 맺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현 정부의 공과가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녹색성장을 조심스럽게 평가하고 싶다. 잘잘못을 가리는 평가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지 아닌지의 기준을 가지고 평가할 때, 녹색성장은 필요한 정책이고 나아갈 방향이다. 나무를 키워내기 위해 씨앗을 뿌린 정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녹색성장은 박정희 시대의 개발 패러다임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녹색성장을 스쳐 지나갈 한 정부의 정치 슬로건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중량감과 진지함이 너무 크다.

녹색성장은 사실 그 유래가 깊다.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가 처음으로 `지속가능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당장 먹고살기 바쁜 개발도상국에 지속가능 개발은 마치 먼 나라 일처럼 여겨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녹색성장에 귀가 솔깃한 것은 개도국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개도국 지원에 좌절감을 느껴온 선진국도 과거 원조 수혜국이던 한국이 새로운 개발 모형을 제안하고 나서니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기대감이 응축돼 지난 10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송도 유치가 가능했던 것은 아닌지 지레 짐작해본다. GCF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설립해 국제기구로 출범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도 우리나라 녹색성장에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녹색성장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이제 겨우 녹색성장의 씨앗을 뿌렸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지만, 녹색성장의 모범을 세우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2020년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성공적 달성이다. 국제적으로는 자발적인 목표여서 어떤 강제력도 없지만 경제 발전과 온실가스 감축이 양립할 방안을 찾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지식경제로의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경제 구조를 고도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진행 속도가 더디다. 단기간에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만 추구하는 경제성 위주에서 벗어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기업가 정신이 회복된다면 녹색성장 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본다. 산업계도 보다 진취적인 자세를 견지해 적극적으로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녹색경제를 달성하기까지 녹색성장 과정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많아서 숱한 시행착오도 예상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 지혜를 한데 모아야만 한다. 때마침 오는 19일 녹색성장을 주제로 `그린코리아 2012` 국제세미나가 열린다. 온실가스 감축 방안, 녹색 도시, 녹색 문화 등 다양한 녹색성장 정책을 논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는 생산적인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가을, 소란한 정치 뉴스는 잠시 접어두고 세계 전문가와 우리나라가 뿌린 녹색성장 씨앗이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차분하게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kimj@kee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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