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은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다. OECD 회원국 중 녹색생산성이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 기술 수준도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10년가량 늦은 우리나라의 여건상,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보유하는 녹색기술과 융합사업은 향후 환경보호 및 에너지규제로 무역장벽이 커지는 미래 글로벌 시장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기초체력이다. 녹색인증은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을 응원하고 받쳐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녹색기술과 사업 발굴에 매진하는 녹색인증 기업들을 만나봤다.
퓨얼셀파워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하나인 연료전지 핵심부품과 시스템을 제조 판매하는 에너지 벤처기업이다. 2001년 설립돼 12년간 국내 연료전지 상용화를 위해 산업과 기술을 선도해 왔다. 현재 상용화 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민간은 물론 군에도 연료전지 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연료전지 핵심부품(스택 부품)과 LNG·수소형 1㎾급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LNG·수소형 5㎾/10㎾급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 바이오가스형 5㎾/20㎾급 시스템을 취급하고 있다.
◇국내 연료전지 산업의 산 증인
퓨얼셀파워는 국내 연료전지 산업의 성장과 궤를 함께 했다. 연료전지 핵심부품인 막전극접합체(MEA) 개발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관련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부품소재 스택개발`, `1㎾급 연료전지 실증`, `10㎾급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등 다수의 연구과제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경쟁력을 쌓아왔다. 그 결과 국내 중소 벤처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연료전지 모든 부품에 대해 수직계열화 구조를 완성했다.
최근에는 연료전지 상용화와 시장 저변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09년 세계 최초로 공동주택에 연료전지를 적용하고 2010년부터 지금까지 연료전지시스템 그린홈 보급사업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는 부분은 이들이 연료전지 시장 확대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지를 방증하는 사례다. 최근 정부가 울산에 조성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타운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발휘하고 있다.
녹색인증과의 만남은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퓨얼셀파워는 녹색인증제가 시행된 2010년 기술인증과 전문기업 확인서를 취득했다. 녹색전문기업 확인서는 벤처기업으로는 첫 사례였다. 이후 국내 처음으로 연료전지 강국인 일본에 10㎾급 시스템을 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신미남 퓨얼셀 사장은 “녹색인증을 통해 우리의 기술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투자자들에게도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었다”며 “특히 직원들의 녹색기업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면서 사내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경험과 기술로 외산을 넘어서다
퓨얼셀파워가 녹색인증을 받은 기술은 `건물용 연료전지 열병합발전 시스템`이다. 시장에서는 셀빌(CellVille)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관련 전시에서 초소형 고효율 연료전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가스만 연결하면 1년 365일 24시간 고품질의 전기와 열을 생산할 수 있고 크기도 작아 아파트, 주상복합, 단독주택 보일러실에 설치할 수 있는 도심형 신재생에너지 설비다. 도시가스망만 갖춰져 있으면 추가 인프라가 필요 없이 바로 설치해 이용할 수 있어 우리나라와 일본 시장에 적합한 제품이다.
퓨얼셀파워의 연료전지 초기모델에는 소형화 개념이 없었다. 대부분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연료전지 본체와 연료공급 설비를 둘로 분리해 외부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퓨얼셀파워의 연료전지 소형화 계획은 제품 상용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신 사장은 “땅값이 비싼 우리나라는 별도 부지를 차지하는 연료전지 설비를 반기는 건설사는 어디에도 없었다”며 “초기모델 납품 과정에서 별도부지 확보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본격적인 소형화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노력 끝에 아파트 지하 설비실과 주택 보일러실에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 크기를 줄였고 주상복합 등 신규 아파트들이 입주민 활동공간을 넓히고 보일러실의 공간을 줄이는 추세에 맞춰 계속해서 소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등 연료전지 강대국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만 퓨얼셀파워가 본연의 업무에 꿋꿋하게 임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현장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기술력 덕분이다. 벤처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연료전지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연료전지가 사용하는 수소는 상압으로 안전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수소와 폭발을 연결하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연료전지 역사와 함께 설립된 기업답게 산업 발전과 육성 차원의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녹색인증제가 내년부터 도입을 준비 중인 녹색기술제품확인제에 대한 기대도 크다. 무엇보다 시장규모 확대가 절실한 연료전지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신 사장은 “녹색기술의 사업화 지원을 위한 새로운 제도 설계는 환영할 일”이라며 “녹색기술 제품들의 시장 진입을 확실히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박스/ 연료전지의 미래를 준비한다
퓨얼셀파워는 국책과제로 `바이오가스 이용 건물용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LNG가 아닌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연료전지의 원료를 다변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바이오가스는 음식물 쓰레기, 오폐수 등 다양한 폐기물에서 채취할 수 있다. 향후 아파트단지, 산업단지, 상업단지, 공공건물 등 거의 모든 시설물에서 사람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연료전지 원료로 전환하는 셈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음식물쓰레기 및 하수슬러지 등의 해양투기가 금지되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다.
2015년 완료 목표로 개발이 끝나면 쓰레기 메탄화 처리공정으로 생성한 메탄올 연료를 사용하는 20㎾급 연료전지 시스템이 현실화된다. 특히 이 기술은 응용성이 높아 향후 다양한 재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로 진화할 수 있다. 퓨얼셀파워는 해당 기술 역시 개발이 완료되면 녹색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박스/신미남 퓨얼셀파워 대표 인터뷰] 연료전지 전도사, 2년 뒤면 수소시대 도래
“연료전지는 무한한 성장성을 가지고 있는 산업입니다. 시장규모 측면에서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뒤쳐져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산업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반드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우리가 국제 트렌드를 이끌어가야 할 필수 아이템입니다.”
신미남 사장은 연료전지 산업을 말할 때 성장성을 강조한다. 아직은 거름과 물을 줘야할 때지만 그 과실 만큼은 그 어떠한 것보다 풍성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믿음으로 연료전지협의회 회장직을 역임하며 국내 연료전지 생태계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연료전지에 대한 그의 애착은 산업 유발효과가 매우 크다는 데 기인한다. 신 사장은 연료전지 산업 육성이 내연기관이 가져온 만큼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료전지 시스템 하나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소재와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군용장비, 휴대기기용 배터리, 비상용 전원 등 그 응용 분야 또한 무한하기 때문이다.
신 사장은 “연료전지 시스템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퓨얼셀파워에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만도 300여개에 달한다”며 “이 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다른 산업의 동반성장 효과는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내다본 본격적인 연료전지 성장기는 2015년으로 연료전지 자동차 시대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진단이다. 연 200대 규모에 불과한 국내 연료전지 시장이 1만대 10만대로 성장하면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인 가격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현재 수많은 전기·열 관련 에너지기기들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셰일가스 이슈도 긍정적이다. 셰일가스 공급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연료전지의 경제성은 올라간다.
신 사장은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부품소재 및 1차 제조산업이 그랬듯이 연료전지 부문에서도 원천기술 확보보다는 수입판매 행태가 답습된다면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성장동력을 놓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사장은 “인류는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점차 탄소보다는 수소 비율이 높은 에너지를 찾아 생활해 왔다”며 “후손을 위한 미래 친환경 에너지 자원이 될 연료전지 산업을 우리나라가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