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수능에 비친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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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능이 치러졌다. 이제 수험생들의 대입 경쟁이 본격화한다. 매번 치르는 수능이지만 돌아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은 오히려 심화했다.

올해 이과 수험생(수리 가형 선택)은 지난해 대비 0.5%포인트(P)가 줄어든 15만3473명이었다. 전체 수험생의 24.6%다. 문과인 수리 나형 선택자는 반대로 0.5%P가 늘어 문과 수험생은 46만9249명이나 됐다. 전체의 75.4%다.

선호 학과도 취업이 잘되는 의예과나 한의예과, 약학과 등에 편중됐다. 산업 기반이 되는 공학계열이나 기초 학문과 관련 있는 이학계열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나이 쉰 줄에 접어든 80학번대 시절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예과보다 제어계측공학과 등을 선택했다. 우리나라 0.01%에 해당하는 이들은 만화 `마징가제트`에 나오는 `유명한 박사`처럼 로봇 정도는 만들 야문 꿈을 품고 대학에 지원했다. 현실은 너무 달랐다.

`나보다` 공부는 못했지만 당시 의대를 지원했던 학생들의 지금 모습을 나와 비교하면 `열 받을` 수밖에 없다. 명예와 부가 성공을 가름하는 잣대가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더라도 말이다.

한동안 유명세를 타던 유전공학과나 미생물학과, 생화학과, 원자력핵공학과, 항공우주공학과 출신들도 마찬가지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탓해봐야 책임질 사람도 없다. 과학기술계의 상징처럼 된 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도 처지는 비슷하다.

서울대를 나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과학기술계 정부 산하기관장 자리에 올라도 연봉 1억원이 조금 넘는다. 연봉을 깎는 것에 화가 나 경제부시장 자리로 옮긴 기관장도 있다. 과기계 기관장 연봉은 비슷한 조건의 인문계 출신이 받는 정부 산하기관장 연봉의 2분의 1에서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출연연은 정권만 바뀌면 큰 그림도 없이 일단 흔들린다. 조직 변화 등 뭔가 당장 눈에 띄는 걸 보여줘야 하는 정부의 좋은 `먹잇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게 현실적인 과학기술인 위상이다. 자기 연구(밥그릇)만 안 건드리면 정부가 시키는 대로 뭐든 하는 과기인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최근 노벨상 수상자 발표 때도 수상자 명단에서 빠진 대한민국 과학기술계를 놓고 전 국민이 17명의 수상자를 보유한 일본과 비유하며 난장을 쳤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다음 달이면 대통령 선거다.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과학기술을 근간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느니, 경제 민주화를 해야 한다느니 목소리를 높인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책이 어느 것인지 잘 가려내야 하는 것은 과학기술인의 몫이다.


박희범 전국취재 부장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