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자력산업 정책을 지휘·총괄하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죽을 맛이다. 올겨울은 강추위로 유례없는 전력난이 예상되는데, 에너지원의 30% 이상을 책임지는 원전에서 자잘한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울진 2호기가 정지했다가 막 가동을 하려는데 월성 1호기가 멈춰 서는 사고가 났다. 등급은 모두 정도가 제일 낮은 0등급이지만 올해 정지 건수는 총 9건이다. 전력난 극복을 위해 온갖 대책을 마련하는 와중에 자꾸 원전이 멈춰 섰다는 소식이 들리니 힘이 빠질 만도 하다.
원전 반대론자는 이때다 싶어 원전 안전성을 지적하며 원전 불가론을 펼쳤다. 국민은 국민대로 불신이 깊어만 간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선 후보들도 원전 증설을 반대하거나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원전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러나 원전 없는 대한민국 전력공급 능력은 상상할 수 없다. 당장 100만㎾가 아쉬운 상황에서 가동 중인 원전을 단 한 기라도 전력수급계획에서 제외하면 전력수급은 더 불안한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원전이 사고로 정지하는 일 자체가 없어야 하겠지만 100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뤄진 원전이다 보니 정지 사태를 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올해 불미스러운 일에 통감하고 사소한 실수나 방심하는 일을 없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원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원전은 한번 대형사고로 이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기하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원전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자력은 현존하는 에너지원 중 원가가 가장 낮고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대안이 없다.
잦은 사고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도 원전 종사자들이다. 발생해서는 안 될 사고지만 날 선 비판과 함께 따뜻한 격려도 곁들이면 어떨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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