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감성코드`라는 단어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모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시청자와 감성코드가 맞아떨어진 예다. 디지털 패러다임으로의 급격한 이동에 감성코드가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킴으로써 1990년대 복고풍 문화에 대한 그리움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기술(IT) 감성코드는 어떤 것일까.
1990년대로 되돌아가 보자. 개인용 컴퓨터(PC)는 배불뚝이 브라운관(CRT) 모니터에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인터넷은 전화 모뎀을 연결해 하이텔·천리안 같은 PC통신을 이용하던 시대였다. 약 20년이 지난 현재, 책상 한쪽을 차지하던 컴퓨터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 울트라북 같은 얇고 가벼운 기기로 바뀌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 연결 모뎀을 사용할 때는 전화가 되지 않던 시절에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세상으로 바뀌었다.
날이 갈수록 기술 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IT에서 어떤 감성코드를 읽어낼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사용자경험(UX)이 아닐까 싶다. IT 기기는 이제 인간의 오감(五感)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그 기술 또한 날로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키보드 자판과 마우스 등의 단순한 입력장치는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손으로 직접 제어하고 선택하는 터치형 사용자환경(인터페이스)으로 바뀌고 있다.
음성인식 기술이 대표 사례다. 아이폰의 시리(Siri)를 비롯해 구글보이스, S보이스 등의 첨단 음성인식 기술이 스마트폰에 보편적으로 탑재됐다. 과거 외화 시리즈 `전격Z작전`에 등장한 말하는 자동차 키트의 출현도 머지않았다.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회의(IDF)에서는 울트라북으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음성인식만으로 재생하는 것을 시연하기도 했다.
사용자경험은 기술 발전을 이끌기도 한다. 대표적 디지털 기기인 카메라는 단순히 눈(目)의 기능을 넘어 사물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반응하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로봇청소기 역시 초기 센서 수준을 넘어 카메라를 탑재함으로써 방 안 구조를 인식하고 스스로 청소할 곳을 기억하기도 한다. 얼마 전 진행한 인텔 크리에이터 프로젝트에서는 관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올린 사진을 실시간으로 모아 동작 인식을 바탕으로 한 움직임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한 기술이 선보이기도 했다. 사용자경험이 기술 발전을 이끌고 이것이 예술을 만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제품에 길들여지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사용자경험을 접목해 인간이 중심이 되는 IT 세상이 실현되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굳이 배우지 않아도 사용 가능하고 더욱 친숙한 사용자환경을 개발하고, 사용자 의도와 통찰력을 파악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 등을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경험에 입각한 감성코드를 연구하기 위해 인텔이 미래학자, 인류학자, 소설가 등으로 구성된 상호작용연구소를 두고 `기술과 인간`을 탐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IT를 적용할 때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것은 IT기업의 당연한 책무다. 혁신적인 IT는 보다 인간적인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 될 것이다. 가속화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향수는 인간적이고 따뜻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IT 기업이 인간과 사용자 경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hs.lee@in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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