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환경 분야 세계은행(WB)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환경 분야 국제기구를 두게 됐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정책이 탄력 받을 수 있게 됐고 우리 기업의 글로벌 녹색시장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GCF는 지난 20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2차 이사회를 열고 사무국 유치도시로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선정했다. 이날 투표는 오전 10시께 시작돼 2시간가량 진행됐다. 24개국 이사국이 투표에 참가했다. 우리나라는 옵서버로 참석했다.
유치를 신청한 6개국 중 득표율이 가장 낮은 국가를 차례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이번 선정은 11월말~12월초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8)에서 승인받으면 최종 확정된다. GCF 기금 규모는 2010∼2012년 연간 100억 달러씩 3년간 총 300억 달러고, 내년부터 더 많은 금액을 모은다. 2020년부터는 매년 1000억 달러씩 조성한다. 정확한 기금 규모도 COP18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유치로 우리나라와 인천이 얻는 유무형의 효과는 상당하다. 먼저 글로벌 녹색성장 논의에서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와 리더십이 강화하는 무형의 효과가 예상된다. 정부는 우리가 주도해 설립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지난 3월 발족한 녹색기술센터(GTC), 여기에 이번 GCF를 더해 글로벌 녹색 정책과 시장을 주도할 삼각 편대로 삼을 계획이다.
경제적 효과도 연간 4000억원 가까이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GCF 사무국 유치로 연간 3800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GCF 사무국 주재원 숫자는 내년 초 출범시 300~500명, 2020년께는 8000명 이상이 될 전망이다. 연간 100차례가 넘는 GCF 관련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여 송도는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게 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치 확정 후 기자회견에서 “초대형 글로벌 기업 하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부수적인 회의, 관광, 숙박, 금융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우리 기업이 앞으로 기후변화 관련 프로젝트 정보를 획득하고 참여하는데 훨씬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더 중요한 건 인류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인 기후변화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공동 노력하면서 우리나라가 센터로 커나갈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라면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녹색기술센터와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인천 시장은 “송도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성장하고 관련 금융기관과 단체 투자 유치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송도가 뉴욕이나 제네바와 같은 대표적 국제기구 도시 또는 UN도시가 될 수 있도록 `UN도시 지정 및 지원 특별법`(가칭) 같은 법제화를 (정부에) 요청 한다”고 말했다.
GCF 사무국은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아이타워에 마련된다. 한편 유치 소식이 전해진 후 이명박 대통령이 예정에 없는 송도를 깜짝 방문해 회의장에 있던 이사국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송도 유치에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GCF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기후변화 관련 국제금융기구다. 지난 2010년 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UN기후변화협약(UNFCCC) 제16차 당사국 총회에서 이 기금 설립이 승인됐다.
송도(인천)=
◆GCF 사무국 유치 일지
△2011.11.25 = 대외경제장관회의, GCF 유치전 참여 결정
△2011.12.7 = 유영숙 환경부 장관, 남아공 더반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에서 유치의사 공식 표명
△2012.2.21 = 대외경제장관회의, 유치 추진계획 의결
△2012.4.15 = 유치신청서 제출(한국·독일·스위스 등 6개국)
△2012.8.23~25 = 스위스 제네바 1차 이사회, 24개국으로 이사회 구성하고 유치국 선정 평가위원회 6개국 선정, 후보국별 프리젠테이션
△2012.9.16~18 = 미국 워싱턴에서 평가위원회 평가회의 개최
△2012.10.8 = 평가위원회 평가보고서 신청국에 통보. 한국·독일·스위스 3개국에 전 항목 `충족` 평가
△2012.10.20 = GCF 2차 이사회에서 인천 송도로 결정
△2012.11월말~12월초 = 카타르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략 당사국총회에서 유치국 선정결과 인준 예정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