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탕에 찍힌 점은 아무리 커도 티가 안 난다. 반대로 흰색 바탕에 찍힌 점은 아무리 작아도 금세 표가 나게 마련이다. 옛 성현들은 이를 `후소(後素)`라는 말로 표현했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씀 `회사후소(繪事後素)`에서 나왔다. 그대로 풀면 `흰 바탕이 마련된 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나 되새겨 보면 `인간 됨됨이가 먼저 돼야 한다`는 의미다.
경기도 산하기관장들이 크고 작은 구설수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이미 사표를 던졌고, 다른 기관장은 실추된 명예라도 회복하겠다며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지역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텃새`가 이들을 내몰고 있다. 사임한 기관장은 주말에 관용차를 사용한 것이 적발됐다. 티끌 같은 이 흠결이 그의 사임을 불러왔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지만 표면적인 사유는 그렇다.
다른 기관장은 성과급과 수당을 불법으로 과다하게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 검사에서 그렇게 결론을 내렸고, 도의회는 이를 토대로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진실을 외면한 몰아세우기라고 항변한다. 충분한 소명자료를 제출했음에도 눈을 감은 채 각본에 따라 자신을 `질 나쁜 기관장`으로 매도한다는 것이다.
이들과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 기관장도 있다. 지역사회에 매우 충실(?)하다. 지역사회 실력자들이 숨겨놓은 정체불명의 예산을 관리해 주기도 했다. 그는 매년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큰 흠결도 작아 보이는 인물은 배경 오염이 심각한 인물이다. 반대로 작은 흠결이 아주 커 보인다면 그만큼 깨끗한 인물이라는 얘기가 된다. 누구나 배경에 따라 더 검게 보일 수도 있고 희게 보일 수도 있다. 사람 됨됨이를 비교하려면 똑같은 배경 앞에 세워 놓고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대선 철이다.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후소`는 대통령감을 선택하는 데도 매우 유용한 잣대다.
김순기 경인취재 차장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