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벤처기업 육성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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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벤처기업이 처음 생긴 지 30년이 지났다. 창조력이 국가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부각되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는 젊은이의 창조력이 꽃피울 수 있는 최적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아쉽게도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벤처기업 수도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비교적 건실한 벤처기업도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1998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에 취임했을 때 첫 임무가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처럼 벤처기업을 크게 성공시켜 우리 젊은이의 잠재력을 현재화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었다. 이들에게 기초 설비를 갖춘 장소를 제공하려고 서울과 각 도청소재지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분원을 설립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적극 호응해 많은 SW엔젤센터가 세워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이들은 기술은 개발했지만 생산과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이 없었다. 소액 자기자금으로 창업해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비용을 거의 다 소진하고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서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가 사라지는 것을 너무도 많이 목격했다.

미국은 수많은 벤처캐피털이 기술과 시장성을 검토해 벤처기업에 무담보로 소요자금을 투자하고 마케팅 등 여러 방면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내 벤처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09%로 미국(0.17%)이나 이스라엘(0.45%)에 크게 못 미친다. 2010년대 들어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해 정부 주도 벤처전용 펀드가 잇따라 출시됐지만 그 귀한 자금이 거의 남아 있는 기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정부는 벤처투자시장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관련 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기획재정부 주재로 열린 `제5차 경제 활력 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청은 올 하반기 벤처투자시장 지원액을 1500억원가량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먼저 벤처펀드 투자를 받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해 적정 규모의 이익이 나와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킬 벤처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진정 벤처기업을 육성하려 한다면 뛰어난 기술력, 시장성 및 확대 발전성 등을 감안해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하면 미래 가치를 담보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또 벤처전용펀드는 한곳에 투자하는 금액 상한선을 정하는 등 중소 벤처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 일부 부도덕한 벤처기업인의 `먹튀`로 벤처기업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않을 것인가. 현 정부는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나는 2009년 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한 T-DMB 기술 해외 진출을 위해 ETRI와 손잡고 2010년 베트남에 진출해 하노이와 호찌민에 각 6채널 방송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고 현재 시험방송 중이다. 지금까지 약 35억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위한 추가 자금(5억∼1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자금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년의 공직생활과 10년의 사업 경력을 갖춘 나도 어려움을 겪는데 경험 없는 벤처 창업자라면 대책 없이 도산만 기다릴 것이다.

첨단기술을 사업화하겠다는 일념으로 불철주야 매진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겠는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겠는가. 과연 21세기 극심한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일 코레스텔 대표 ceo@corres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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