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2는 전작보다 성능을 높이는 한편 한 손으로 쥐기 쉬워졌다. 약점으로 꼽히던 배터리 사용시간도 크게 개선했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직접 써보고 S펜이 얼마나 쓰기 편해졌는지, 메모 기능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확인해봤다.
◇ 크기·두께 줄이고 AMOLED 화면 개선해 = 모양새는 올 상반기 나온 스마트폰인 갤럭시S3와 마찬가지로 조약돌을 연상케 하는 둥글둥글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펜이 없다면 갤럭시S3의 크기만 키웠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전원을 켜면 나오는 잠금 해제 화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손에 쥐어보면 갤럭시노트보다 훨씬 편하다. 갤럭시노트를 써봤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가로 폭은 82.95mm에서 80.5mm로, 두께도 9.65mm에서 9.4mm로 줄어든 덕이다.
재미있는 건 화면 대각선 길이는 오히려 134mm에서 141mm로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해상도를 기존 1280×800에서 1280×720 화소로 줄였지만 화면 크기는 5.3인치에서 5.5인치로 늘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존 갤럭시노트용 케이스를 그대로 쓸 수 없을까. 시험 삼아 끼워봤지만 제품이 더 길어진 탓에 케이스 밖으로 본체가 빠져 나온다. 화면보호필름도 마찬가지다.
얇은 뒷면 덮개를 벗기면 마이크로SD카드와 유심칩,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지상파DMB와 S펜이 있는 위치는 각각 오른쪽 위아래, 갤럭시노트와 똑같다.
전면 스피커 왼쪽에 숨은 LED는 충전을 시작하면 빨간 불이 켜지고 충전을 마치면 녹색이 켜지면서 현재 상태를 알려준다. 부재중 전화나 미확인 메시지가 있어도 LED가 켜진다. 유용한 기능이지만 LED가 눈에 거슬린다면 환경 설정에도 꺼버릴 수 있다. 전면 카메라는 190만 화소, 후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로 갤럭시노트와 같다.
나아진 점은 또 있다. 화면에서 빛을 내는 AMOLED 소자의 배열 방식을 개선해서 보다 자연스러운 화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AMOLED 패널을 쓴 스마트폰에서 흔히 느껴졌던 파란 색이 튀어 보이는 현상도 줄었다.
◇ 쿼드코어 AP로 성능과 배터리 시간 모두 잡아 = 갤럭시노트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던 게 배터리 사용시간이다. 전화 통화나 LTE 이용이 잦은 사람이라면 배터리 두어 개는 갖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어떨까.
먼저 배터리 용량을 2,500mAh에서 3,100mAh로 끌어올리고 절전 기능이 더 좋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썼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인포’ 앱을 이용해서 이틀 동안 사용 기록을 보니 최고 클록인 1.6GHz로 작동한 시간은 전체 시간의 5%에 불과하다. 클록을 조절해서 800MHz로 작동한 시간이 22% 가량이었다.
AP를 교체하면서 얻은 장점은 많다. 벤치마크 프로그램 쿼드런트 기준으로 벤치마크 점수도 크게 높아졌다. S노트와 S플래너 등 용량이 많고 무거운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느껴지던 지연시간이나 답답함도 사라졌다. 필기인식 기능으로 글자를 입력해도 거의 실시간으로 알아챈다.
갤럭시노트는 기본 저장 공간이 16GB여서 무변환 동영상을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부족함을 느끼기 쉬웠다. 갤럭시노트2는 기본 저장 공간이 32GB부터 시작하고 이 중 24GB 가량을 쓸 수 있다. 음악과 동영상 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까지 구별 없이 자유롭게 저장할 수 있다. 용량이 부족하다면 마이크로SD카드를 끼워서 64GB까지 늘릴 수 있다. 메모리도 2GB로 2배나 늘었다. 덕분에 S노트 등을 실행할 때 다른 애플리케이션이 비정상 종료되던 일도 줄었다.
음악 파일은 MP3·AAC·WMA·OGG 등 자주 쓰이는 거의 모든 손실 압축 음원과 무손실 압축 음원인 FLAC를 지원한다. 동영상 재생 능력 역시 하반기 나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가로 해상도가 2,000만 화소를 넘기거나 1440×1080 화소 등 자주 쓰이지 않는 동영상은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않는다.
전력소모는 낮추고 전송속도를 올린 블루투스 4.0을 탑재한 점도 눈에 띈다. 압축률을 낮춰서 음질을 높인 apt-X 코덱까지 지원, 이를 지원하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쓰면 보다 나은 음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 S펜 쓰임새 늘었고 쥐기도 편해져 = 갤럭시노트가 가진 기능 중 가장 화제를 모았지만 막상 활용도는 낮았던 게 바로 S펜을 이용한 메모다. S펜의 지름이 작고 손에 쥐기 불편한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 탓에 S메모와 S노트 외에는 펜의 쓰임새가 적었다.
갤럭시노트2가 내장한 S펜은 세로 굵기를 6.7mm까지 늘리고 삼각형으로 납작하게 만들어서 손에 쥐기 한결 편해졌다. 억지로 힘을 줄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쥘 수 있어 스케치나 그림 그리기 등 오랫동안 펜을 쥐고 있어도 피로가 훨씬 덜하다.
기존 S펜은 필압을 128단계까지 인식했지만 이번에는 이를 1,024단계까지 인식한다. 이전보다 더 적은 힘을 줘도 펜촉이 눌리게 만들어서 낮은 필압으로 선을 그어도 쉽게 인식한다는 얘기다. 간단한 스케치는 물론 복잡한 그림을 그릴 때 밑그림을 그리기도 편해졌다.
S펜 활용도는 어떨까. 예전에는 S펜을 뽑고 나도 스크롤이나 글자 입력 탓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손가락을 화면에 가져가야 하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S펜을 뽑은 상태에서 글자 입력할 일이 생기면 필기인식 창이 나타난다. 또 한 화면 끝까지 펜을 가져오면 꺾쇠 모양 아이콘이 나오고 저절로 스크롤된다. 펜 대신 손가락을 써야 할 필요를 크게 줄인 셈이다.
S메모와 S노트로 나뉘어 있던 메모 애플리케이션은 S노트 하나로 통합했다. 대신 S펜을 뽑으면 자동으로 메모하는 팝업노트가 나와 길을 가거나 통화 중에도 쉽게 메모할 수 있다. 이메일이나 갤러리, 동영상 위에 펜을 가져다대면 저절로 관련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에어뷰 기능도 쓸만하다. 예전에는 단순히 전체 화면만 캡처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원하는 부분만 잘라내 캡처할 수 있는 이지클립 기능을 더해 편해졌다.
S노트 외에 S펜을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늘었다. 일정관리 앱 S플래너에 추가한 손글씨 모드를 쓰면 일일이 일정추가 버튼을 누르고 저장할 필요 없이 종이 다이어리처럼 간단히 일정을 기록할 수 있다. 미리 알림 기능을 쓸 수 없는 건 흠이지만 개략적인 일정을 정리할 때 편하다. 실제 사진에 메모하듯 찍은 날짜와 장소를 기록할 수 있는 포토노트 기능도 추가했다.
◇ 이버즈 총평 | 改善匡正 = 갤럭시노트는 지금껏 350만 대 이상 팔리면서 태블릿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 사용자 중 S펜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심지어 단순히 화면이 크고 잔글씨 보기 편하다는 이유로 갤럭시노트를 샀다거나 S펜을 한 번도 안 꺼내봤다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메모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한 몫 했다.
S펜을 곧잘 쓰는 소비자에게도 불만은 있었다. 가장 큰 불만은 성능. 메모 앱이 원할 때 바로바로 실행되지 않아 답답함을 준 것이다. 메모 앱이 S노트와 S메모로 이원화된 탓에 어느 상황에 어떤 앱을 써야 할지 혼동하는 것도 문제였다. S펜을 활용할 수 있는 앱도 적었다.
갤럭시노트2는 기본 성능부터 S펜 활용도와 편의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고치고 다듬는 개선광정(改善匡正)을 거쳤다. 지금까지 큰 화면에만 쏠렸던 시선을 다시 펜으로 옮기게 할 만한 제품이다. 다만 할부 원금만 100만원을 넘나드는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