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화웨이가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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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각)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발표한 `중국 통신장비업체의 국가안보 위협에 관한 보고서`가 전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화웨이·ZTE 등 중국 기업이 만든 통신장비가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는 사이버 테러에 악용될 뿐만 아니라 기밀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 역할을 할 수 있으니 불매 운동을 펼치고 해당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발표가 나자마자 각 국에서는 즉각적인 대응이 나왔다. 영국 의회도 국가 안보 위협이 있는지 조사를 실시해 연말까지 보고서를 총리에게 제출하겠다고 나섰고, 캐나다 정부는 무역협정에 명시된 `국가 안보를 위한 예외 조치`를 발동해 앞으로 기간통신망 구축사업에서 해당 기업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와 해당 기업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근거 없는 억측이다” “중국기업을 배제시키기 위한 것으로 자유시장 원칙에 위배된다”며 크게 반발했다.

사안이 이에 이르자 우리 정부와 관련 기관도 해외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 곰곰이 따져보자. 중국 통신장비 기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은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혐의를 입증할만한 결정적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다.

화웨이가 지난 2008년 쓰리리프시스템 M&A를 추진할 때에도, 2010년 모토로라 통신설비사업 인수 검토 때에도 모두 `안보 위협` 우려에 가로막혔지만 근거는 없었다. 호주 정부가 지난 3월 화웨이의 기간통신장비 입찰 참여를 막고 자국 내 투자도 금지했지만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1년여에 걸친 조사를 하고 방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미 정보위 역시 `제대로 된 한방`을 내놓진 못했다.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시스코가 배후에 있다` `자국 기업과 산업을 위한 미국의 정략적 조치다` `첨단기술산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내린 정치적 결정` 등등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증거가 없다고 의혹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미국은 모두가 인정할 수 있도록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의혹이 입증만 되면 국제법상 과감하게 단죄해야 한다. 자국 통신장비 산업과 관련 기업을 보호하는 조치는 전혀 다른 문제다. 목적이 그것이라는 방법론에서 크게 잘못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중국 기업은 회사 운영을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공산당 배후설, 정부 지원설 등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밀월 관계를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 현재 검토 중인 각 국 주요 증시 기업공개(IPO)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 IT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정지연 국제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