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주유소 간판 바뀌는 이유 알고 보니

비싼 기름값의 대명사인 국회 앞 경일주유소가 SK에서 에쓰오일로 간판을 바꿔다는 작업이 한창이다.

15년간 SK 간판을 달고 있던 경일주유소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월 약 5000만원 가량이던 부지 임차료를 올해 더 올려주면서 경영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주유소 경영에서 부지 임차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부지 임차료가 비싼 서울 강남 지역의 휘발유, 경유 가격이 다른 곳보다 비싸다.

이 주유소의 임차료 5000만원은 지난해 휘발유 평균 마진인 ℓ당 120원으로 계산하면 2000드럼을 넘게 팔아야 맞출 수 있는 큰 금액이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월 2000드럼 이상 판매한 주유소는 전체 주유소 중 약 8.4%에 불과하다.

임차료 이외에 인건비 등 주유소 운영자금과 마진까지 기름값에 포함됐다는 것을 계산하면 경일주유소가 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로 이름을 올려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임차료 인상으로 경영이 악화되자 경일주유소는 SK에 석유제품 도매공급가격 인하를 요청했으나 SK가 이를 거부했고, 경일주유소가 SK에서 에쓰오일로 간판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경일주유소 업주가 부지 소유주인 천일고속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에쓰오일에서 직영점으로 운영하기 위해 계약함에 따라 주유소 간판은 에쓰오일로 바뀌게 됐다.

국회 앞 주유소라는 상징성을 얻기 위해 에쓰오일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직영점을 운영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자리는 일반적인 주유소 경영방식으로는 이윤을 내기 힘든 곳임이 분명하다. 에쓰오일 직영점이라고 하더라도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 항목은 변동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간판이 바뀌더라도 경일주유소가 가장 비싼 주유소라는 `간판`을 벗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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