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벌써 7번..작년 고장 건수 넘어설 듯
원전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같은날 2시간 35분 간격으로 고장을 일으켜 발전이 중단되는 사태가 2일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이래로 원전 2기가 정상 가동 기간에 같은날 고장을 일으켜 발전을 중단한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원전 관리 체계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올해 들어 벌써 7번..작년 고장 횟수 넘어설 듯 = 발전용량 100만㎾급인 원전 2기가 이날 고장으로 인해 발전이 정지되면서 올해 들어 원전 가동 중단 횟수는 벌써 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총 7건의 고장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연말까지 석달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작년 한해와 같은 횟수의 고장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8월 19일 신월성 원자력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고장을 일으켰다.
이 발전기는 작년 12월 연료를 장전하고 단계별로 시험 운전 시험을 거쳐 7월 31일 상업운전을 시작했지만 19일만에 고장을 일으켰다.
또 시운전 일주일만인 올해 2월 초 증기발생기 수위를 조절하는 밸브 제어장치 이상으로 가동이 정지되는 등 상업 운전 전에만 3차례나 운전이 중단됐다.
100만㎾급 영광 원전 6호기는 지난 7월 30일 제어봉 구동장치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동발전기의 고장 때문에 정지했다가 재가동됐다.
영광 2호기는 지난달 31일 펌프 고장으로 12시간 가량 출력이 하락했다.
전원 공급 중단 문제 등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고리 1호기는 5개월 만에 재가동에 들어간 바 있다.
해가 갈수록 고장 횟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의 경우 3월에 고리 3호기가 제어유 저압력으로, 8월에 고리 2호기가 증기발생기 저수위로 발전이 중단되는 등 원전이 단 2차례 멈춰섰으나 작년에는 고장 횟수가 7건으로 늘어났다.
같은날 원전 2기가 고장나 발전이 정지된 사례도 새우떼 유입과 태풍 등 자연현상 탓인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13건에 달한다.
전력 당국의 한 관계자는 "올해 고장 추이를 감안하면 원전 가동 중단 횟수가 작년 수준을 넘어설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 예방정비 실효성 있나 = 전력 주 공급원인 원전 2기에서 같은날 고장이 발생해 발전이 정지되자 원전 가동과 관리에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올해 8월6일 순간 예비전력은 279만㎾까지 떨어졌다.
만일 이날 100만㎾급 원전 2기가 발전이 정지됐다면 광역 대정전(블랙아웃) 직전 단계까지 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벌써 7차례나 원전이 고장을 일으켜 가동이 중단되자 원전 고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예방 정비 작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가동이 중단된 영광 5호기의 경우 예방 정비를 마친지 4개월만에 증기발생기에 급수를 공급하는 주급수펌프가 고장을 일으켰다.
이 발전기는 지난 5월31일 한달간의 예방정비 작업을 마치고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1월에는 정비를 마친 지 4일 만에 고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작년 2월 가동을 시작한 신고리 1호기는 올해 2월20일 예방정비를 마친 뒤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제어봉 제어계통의 고장으로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가 멈춰섰다.
올해 11월 설계수명이 끝나는 경북 경주의 중수로 원전인 월성원전 1호기도 36일간의 예방정비를 마치고 발전을 재개한 지 2개월만인 지난 9월16일 고장이 발생해 터빈과 발전기가 정지된 바 있다.
원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예방 정비는 통상 1년 주기로 실시하는데 정비 부품군을 3개로 나눈 뒤 한해에 한 군데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따라서 모든 부품을 점검하고 정비하는데 3년이 걸리며 4년째 되는 해에는 전체 부품을 한꺼번에 점검하는 식으로 예방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계통별 점검 방식을 보면 기계는 분해와 재조립 과정에서 마모된 부품을 교체하고, 계측기는 카드 안에 들어있는 소자들에 가신호를 보낸 뒤 출력 상태를 확인한다.
또 차단기 위주인 전기 계통은 이상전류 신호가 발생하면 차단기가 정상 작동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 한수원 "원전 고장은 어쩔 수 없는 일" = 한수원은 원전 고장과 관련해 "흔히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비나 관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원자력 기기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원자력 발전기기는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 것일수록 고장이 잘 난다는게 한수원측의 설명이다.
또 새 발전기기가 1년3개월∼1년6개월 정도의 한 주기 동안 고장 없이 운행하기는 매우 어렵고 1∼2년 지나면 안정되지만 원천적으로 고장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계측기 계통에서 고장이 3번 발생했는데 이 부문만 해도 부품이 거의 300만개에 달한다"며 "아무리 철저히 점검을 해도 고장 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