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변칙 P2P` 차단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당초 계획보다 석 달이나 차단 일정이 지연됐지만, 자칫 망중립성 논란으로 변질될까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의 변칙 웹하드 차단 정책이 여전히 미적용 상태다. KT는 6월부터 개인가입자망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P2P 서비스를 막을 계획이었다. 5월 시스템 설치도 완료했다. 변칙 서비스를 걸러내면 네트워크 흐름이 원활해져 이용자 환경이 개선된다.
KT는 차단에 따른 거부감을 걱정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 업데이트를 하는 중”이라며 “실제 차단은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정책 검토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망중립성 등 네트워크 이슈에서 통신업계 선봉에 서온 KT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 스마트TV, 보이스톡 등을 차단한 전례에 이어 다시 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역시 상반기 이 계획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 관계자는 “변칙 P2P는 명백한 약관 위배사항이라 KT쪽에 힘이 실린다”며 “하지만 앞선 차단 사례에서 얻은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 때문에 강행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차단이 미뤄지자 KT 외부에서 오히려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변칙 P2P가 대부분 음란물, 디지털저작권관리(DRM)를 미적용한 불법복제 콘텐츠를 유통하는 만큼 이를 막는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통신 솔루션 업계 한 임원은 “KT가 갖춘 차단 시스템을 보완하면 변칙 서비스는 물론이고 불법 콘텐츠를 네트워크에서 걸러내 유통을 막을 수 있다”며 “공익차원에서라도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