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이 서울에 상륙한 지난 달 28일. 비바람을 뚫고 500여명의 사람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 모였다. `미래IT강국전국연합`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차기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거버넌스 재편을 위해 25개 학술단체와 16개 협회·단체가 의기투합했다. 전국 70만 회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ICT 연합체가 탄생한 것은 처음이었다.
#미래IT강국전국연합이 출범한 이후 보름 뒤인 이달 11일 또 다른 ICT 연합체가 출범했다. `정보통신 발전을 위한 대연합(ICT 대연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날 출범식에는 윤동윤 전 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이석채 KT 회장, 노준형 전 정통부 장관, 이각범 전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 등 ICT 분야 원로들이 총출동했다. 이들도 차기정부에서 `ICT 전담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정부 ICT 거버넌스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조직이 속속 뭉치고 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서 차기정부 핵심 정책과 공약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람직한 ICT 거버넌스 방향에 산발적으로 제기돼오던 의견을 모아 조직적인 목소리를 키우는 양상이다. 차기정부를 준비하는 대선캠프에 보다 힘 있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취지다.
◇학계·협회가 주도
ICT연합체 주도 세력은 크게 학계와 업계다.
미래IT강국전국연합은 25개 학회와 16개 협회·단체가 참여했다. 이들 회원을 합치면 70만명에 이른다. ICT 대연합도 15개 학회, 11개 협회, 7개 포럼이 참여해 100만명을 대표하는 협의체를 표방했다.
미래IT강국전국연합이 주로 학계 인사가 주축이 됐다면, ICT 대연합은 협회가 주도했다.
하지만 두 연합체는 차기정부에서 미래산업을 이끌 `ICT 전담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MB정부의 분산형 거버넌스가 ICT산업 경쟁력을 후퇴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주장하는 ICT 전담부처는 방송과 통신뿐만 아니라 디지털콘텐츠, 소프트웨어, 정보화 등을 모두 아우르는 모델이다. 방통위,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흩어진 ICT 업무를 집중형 거버넌스로 전환하자는 것이 요지다.
이들 연합체는 과학기술계 대표 조직인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을 벤치마킹했다. 과기계가 대과연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발전은 물론이고 정부조직 개편에 비전을 제시해온 것을 참조했다. 대선이 끝나더라도 ICT 대표조직으로 대한민국 ICT 정책의 중요성을 전파하겠다는 포부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ICT 학계와 업계가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핵 분열`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장경준 미래IT강국전국연합 사무총장은 “민간이 주도해 ICT 정책의 중지를 모을 조직이 자발적으로 탄생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그만큼 ICT 학계와 업계는 ICT 거버넌스 부재에 따른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ICT 연합체 대표성 확보가 과제
미래IT강국전국연합과 ICT 대연합은 회원 학회와 협회가 상당수 겹친다. 당장 ICT 거버넌스 개편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비슷한 조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결성됐다.
이 때문에 대과연과 같은 ICT 대표 연합체로 거듭나려면 점진적으로 통합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된 ICT 연합체는 ICT 거버넌스 개편에 힘을 실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ICT 공동 현안 해결에도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융합 추세에 맞춰 소속 학회 간 공동연구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두 연합체의 주축이 통신과 방송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비판도 있다. 다양한 학회와 협회가 존재하는 소프트웨어나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아직 참여하지 않은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콘텐츠 관련 협회는 `ICT 전담부처`에 부정적인 지경부와 문화부가 주무부처여서 참여율이 저조한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경부 산하 협회 한 관계자는 “ICT 전담부처 설립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주무부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ICT 연합체가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향후 정부 조직개편 방향과 무관하게 `통큰 단결`을 이뤄내는 게 과제인 셈이다.
노규성 미래IT강국전국연합 상임대표는 “미래IT강국전국연합이 출범한 이후 학회를 중심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정부부처 소속의 협회나 단체의 운신의 폭이 좁은 게 가장 큰 문제지만 통합형 ICT 거버넌스 체계가 탄생하면 이 같은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