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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1400여개 글로벌 기업이 참가해 이달 초까지 독일에서 열린 `IFA 2012` 전시회의 주인공은 역시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를 선도하는 한국 기업이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이 `TV 삼국지`라 할 만한 경쟁을 펼쳤지만, 우리나라 기업과 일본 기업의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중국 기업은 아직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업체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선도 업체로서 위상을 확고히 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다. 최초의 보편화된 디스플레이인 음극선관(CRT:Cathode Ray Tube)의 원천 기술을 독일인 칼 브라운이 발명한 것은 1897년이다.
평판디스플레이(FPD:Flat Panel Display) 중 대표적인 LCD 기술은 2000년 이후에 TV, 모니터 등에 적용되면서 오늘날 디스플레이의 주력 제품이 됐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추종자 전략(Fast Follower Strategy)으로 빠르게 성장해 2000년 중반부터 평판 TV 시장에서 일본 업체를 따돌리고 세계 시장에 우뚝 섰다.
하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을 석권한 기간을 디스플레이 역사에 견주어 보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다. 발광다이오드(OLED) TV, UD TV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등 미래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향후 2·3년 안에 새로운 게임의 룰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준비 상황을 보면 국내 업체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세계 최대 55인치 OLED TV를 올해 처음으로 공개했고, 84인치 UD TV는 이미 시장에 출시했다. 그러나 과거 대만 기업이 일본 기업의 기술 지원과 협력으로 빠른 추격에 성공하고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들었듯이, 지금 격차를 더욱 벌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잡은 기회도 기대보다 빨리 소멸할지 모른다.
향후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는 △일본 기업 간 또는 일본-대만 기업 간 기술 개발 합종연횡 △차세대 제품 기술 관련 대만 기업 움직임 등이다. 과거보다 경쟁력이 약해졌지만 기초가 강한 일본 기업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최근 OLED TV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소니는 대만의 AUO와도 대화면 OLED TV 분야 협력을 추진한다. UD TV 개발도 적극적이다. 글로벌 TV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일본 업체들이 UD TV 시장 창출을 반격의 계기로 삼고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샤프는 내년에 가정용으로 판매할 UD TV를 준비하고 있다.
대만 기업의 OLED 신기술 제품 양산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AUO와 CMI는 올해 하반기에 소형이지만 OLED 패널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 `시장 선점 전략(First Mover Strategy)`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캐치업 기술을 넘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할 `혁신 상품`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혁신 상품은 단순히 시간적으로 가장 먼저 출시한 제품·서비스가 아니라 시장을 실질적으로 만들고 의미 있는 시장을 창출한 것이어야 한다. 이는 `월드 퍼스트(World First)`면서 동시에 `월드 베스트(World Best)`인 제품을 의미한다.
평판 TV에 이어 차세대 TV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을 이끌 수 있도록 OLED TV와 UD TV에 승부수를 띄울 때다.
권희원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 사장 havis.kwon@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