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

Photo Image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갈 데까지 다 갔습니다.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요즘 과천 관가에 한국전력공사를 놓고 흘러나오는 얘기다. 한전과 지식경제부의 불화설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중겸 한전 사장 교체설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지경부와 한전의 불협화음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앞두고 김쌍수 전 사장이 결정 사항을 언급하지 말라며 내부를 단속했다. 굵직굵직한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지경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치는 데 부담을 느껴서다.

지경부와 갈등은 김중겸 사장 취임 이후 더욱 심화됐다는 게 전력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적자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무리한 경영 합리화를 진행하면서다. 그는 취임 이후 전기요금 인상에 모든 경영 역량을 집중했다. 지난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만나 전기요금을 협의하고 정부과천청사를 방문했지만 해당 업무 감독권이 있는 부서 책임자실이 아닌 장관실로 향했다. 그의 손에는 전기요금 인상안 문서가 들려 있었다. 당시 현직 공직자들은 행정 절차와 계통을 무시한 한전을 가슴에 새겼다.

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한전은 수익성을 위해 지난해 조직개편 과정에서 스마트그리드추진실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경부와 협의를 거쳐 스마트그리드란 이름을 유지했지만 앙금이 가시지 않았다. 서남해 해상풍력 특수목적법인 불참 검토,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요금문제 등 지경부 정책을 놓고 벌인 팽팽한 줄다리기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지경부는 아예 이달 초 열린 전기안전검사제도 회의에 사업 주체인 한전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인과응보를 보여준 셈이다.

최근 만난 공기업 사장은 지경부와 한전의 대립을 가마우지와 물고기 다툼에 비유했다.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전을 지도 감독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경부의 지위 때문이다.

적자구조가 이어지는 한전의 경영 상황을 이해 못할 사람은 없다. 정부 역시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한전은 공기업이다. 필요에 따라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해외처럼 전력거래제를 도입해 전력 공기업을 민간화해야 한다. 소액주주 소송이 두려워 지나친 성과주의 경영행보를 계속한다면 더 높은 소통장벽을 쌓을 뿐이다. 소송을 당한 공기업 사장을 지경부도 가만히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민간 CEO적 인식`은 무리수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규정된 상급부처의 관리·감독을 무조건 규제나 간섭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지경부가 터무니없게 일방적인 요구만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데 정책기조에 매번 역주행하면 결국 피해는 한전뿐만 아니라 전력 소비자 몫이 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