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4081개사, 총매출 6억4300만달러(이하 캐나다 달러), 세제수입 1억4300만달러, 일자리 2만183명` 캐나다 토론토 다운타운에 위치한 청년기업가재단(CYBF·Canadian Youth Business Foundation) 본부 사무실 입구 대형 보드판에 적힌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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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출범 후 스타트업 창업 지원으로 얻어낸 결과물이다. CYBF가 캐나다 청년 스타트업 육성 산실임을 자랑하는 실적이다. CYBF는 정부 지원을 받지만 민간 중심으로 운영된다. 최초 탄생도 은행을 포함 민간 출연으로 이뤄졌다.
연간 600개 스타트업 팀·기업을 지원하는 CYBF는 각국 창업 지원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른 곳. 투자가 아닌 융자 지원임에도 사고율이 6%로 매우 낮다. 이 같은 낮은 사고율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설립 후 5년까지만 해도 사고율은 25~30%에 달했다. 도저히 운영이 불가능했다. 데이비드 스튜어트 패터슨 CYBF 부회장은 “2001년 이사회 멤버로 왔을 때 CYBF는 붕괴 직전이었다”고 평했다.
CYBF는 2000년대 초반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지원 대상인 스타트업을 철저히 선별하고 관리했다. 지역사회와 손잡았다. 각 지역에서 1차로 심사를 하고 우수한 곳을 선별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지원 대상자의 `인성`을 높이 평가했다. 지원 후 회수할 수는 있는지 혹여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 때문이다. 테싸 민츠 CYBF 부회장은 “지역을 포함 세 번의 심사과정을 거쳐야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다”며 “때론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선택될 수 있다”고 평했다.
관리방식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 연 600곳에 달하는 스타트업을 사무국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서다. 믿을 수 있는 멘토가 나서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이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한다. CYBF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적절한 멘토를 선정하는 것. 자칫 스타트업과 멘토로 나서는 사람의 지향하는 바가 다를 경우 멘토링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서다.
멘토는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기존에 참여 중인 멘토 추천과 CYBF에서 정기적으로 홍보해 모집한다. 기업인, 금융업계 그리고 법조인 등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단에서 적절한 인물을 추천해 스타트업과 멘토-멘티 관계를 유지하도록 CYBF가 돕는다. 민츠 부회장은 “전화가 아닌 만나서 멘토링이 이뤄질 것을 권장해 가능하면 스타트업 팀이 위치한 지역에 소재한 사람을 멘토로 추천한다”며 “그래야 지역 비즈니스 환경과 상황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YBF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인이 기업인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제대로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서다. 패터슨 CYBF 부회장은 “멘토링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지원 프로그램이 안착할 수 있었다”며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 기업이 원할 때 그에 알맞은 멘토를 추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최대한 많은 멘토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자금만으로는 지원 사업이 성공할 수 없고, 멘토링 사업이 적절하게 결합하면서 시너지를 냈다는 설명이다.
CYBF와 별도로 주정부에서도 창업 지원에 관심이 크다. 직접적인 지원이 아닌 학생 때부터 창업 그리고 기업가정신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대표 프로그램이 온타리오 주 정부가 운영하는 `청년 파트너십 기업가정신`이다. 12~29세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들이 기업가로서의 적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일례로 여름방학 동안 아이디어를 평가해 1인당 3000달러를 지원해 창업을 돕는 `서머 컴퍼니 프로그램`이 있다. 자신의 적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해외 파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국을 포함 각국 기업에 파견한다.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기업이 한 나라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온타리오 주 정부 관계자는 “방학동안 창업을 지원하는 서머 컴퍼니 프로그램을 경험한 사람 20% 가량은 실제로 창업한다”고 소개했다.
CYBF 그리고 주정부의 관심으로 캐나다에는 여러 종류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센터가 운영 중이다. 토론토에만 10곳 안팎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인큐베이터센터 입주사 상당수는 CYBF 창업지원프로그램 수혜 기업·팀이다.
자금 확보 후 인큐베이터센터에 입주해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밤낮을 잊고 제품 개발에 나선다. 그렇지만 대형 인큐베이터센터에 입주하는 것은 쉽지 않다. 토론토 다운타운에 위치한 인큐베이터센터 디지털미디어존(DMZ) 벨레리에 폭스 총괄이사는 “2주에 한번 심사를 하는데 한 달에 고작 3~4개 팀만이 입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DMZ에는 50개팀이 입주해 있다.
DMZ의 특징은 `네트워크` 그리고 `멘토` 두 가지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네트워크 측면에서 DMZ에는 팀간의 벽이 없다. 한 개 층 전체에 파티션을 포함 어떠한 벽이 없다. 단지 팀 구별은 책상이 붙어 있느냐 떨어져 있느냐로 확인한다. 각 팀은 서로 연결돼 있는 하나의 군으로 돼 있는 책상을 사용한다. 바로 옆 팀과는 거의 등을 맞대고 있을 뿐 그들간의 벽은 없다. 서로 언제나 대화하며 비즈니스 시너지를 낼 수 있다.
DMZ 입주 스타트업 관계자는 “고객 평가를 멀리서 들을 필요가 없다. 서로 의견을 내며 때로는 비판도 한다”며 열린 공간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또 다른 특징은 멘토다. 센터를 설립한 라이어슨대학 소속 교수의 전폭적인 지원을 포함 사무국에서는 모든 지원을 펼친다. 폭스 DMZ 총괄이사는 “입주팀의 요청에 우리는 언제나 `예스(돕는다)`”라며 “우리는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