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니스]영동화력, 기술상생의 현장으로

중소기업 신제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능평가 및 납품실적 등 개발제품의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는 이른바 `트랙 레코드` 확보다. 하지만 개발비용 확보도 빠듯한 중소기업 입장에서 트랙 레코드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발전소와 같이 대규모 플랜트에 들어가는 장비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남동발전이 영동화력발전소에 마련한 R&D실증센터는 협력 중소기업이 개발품을 직접 발전소 현장에 적용해 트랙 레코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 기술상생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린비즈니스]영동화력, 기술상생의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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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운전발전소로 기네스북 등재를 계획 중인 영동화력발전소 전경.

◇협력사 기술 인큐베이터 역할 `톡톡`=영동화력발전소 R&D실증센터는 지난해 6월 개소해 첫돌을 넘겼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과 신제품의 국내외 판로지원을 위해 우수 연구개발품의 현장 실증을 지원한 지 1년. 이 사업에 참여한 협력회사들은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트랙 레코드를 확보해 대내외 경쟁력 제고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센터 개소와 함께 2011년도 1차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협력사는 켐써치·티텍·KLES·한국화이바 4개 업체로 센터 측이 제공하는 연구시설과 개발지원금 등을 활용해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남동발전은 이들 협력사에 연구개발 총사업비의 75% 범위에서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개발제품의 성능 평가를 위해 실제 가동하고 있는 영동화력발전소의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은 제품 신뢰도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제품개발과 시운전을 마무리해 국내 발전소에 제품 공급을 추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켐써치는 보일러 내부에 쌓이는 석탄 침전물 제거 장비를 개발해 보령화력발전소 3호기에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KLES는 보일러 변형 유무를 측정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해 시운전하고 있고 한국화이바는 고무 라이닝 석탄재 처리 배관 10개를 현장에 설치해 중간평가를 실시했다. 이들 설비는 각각 내년 1월과 올해 11월 최종 평가를 앞두고 있다.

때로는 시운전 중 문제점을 발견, 보안작업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더하기도 한다. 티텍은 보일러 석탄 침전 방지제 자동주입설비를 개발,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방지제 주입량과 막힘 등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발전설비에 개발품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부분이다.

발전회사가 자사의 설비를 협력회사들의 제품개발 용도로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발전소 가동 일수가 매출로 직결되는 발전사 입장에서는 개발품 현장적용에 따른 설비 가동정지 등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력수급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 그 부담은 배에 달한다.

남동발전이 여러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R&D실증센터를 운영하는 데는 협력사 기술지원이 장기적으로 지속성장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남동발전은 협력사의 신기술, 신제품 개발이 곧 발전설비의 최적상태 유지로 이어지는 만큼, 실증센터를 통해 우수기술이 트랙 레코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에서 외면 받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2차 지원사업 개시, 새로운 발전소 역할모델 발굴=남동발전은 영동화력발전소 R&D실증센터 운영을 단기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더욱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2단계 지원 사업으로 2012년도 R&D실증센터 실증과제 협약식을 가졌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선정업체가 한 개 더 늘어 두온시스템(비접촉식 펄스레이더 레벨 전송기), 보강하이텍(휴대용 내열 내시경), 한성더스트킹(중앙집진식 진공청소 시스템), 와이피피(모듈 3중화 지능형 계전기), 다공산업(탈황흡수탑 덕트파이프 천공장치) 5개사가 기술개발 지원을 받는다.

남동발전은 이들 협력사에 총 4억원가량의 기술개발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각 협력사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모두 발전소의 친환경 운전과 설비 안정성을 위한 기술로 내년 7월을 기점으로 모두 기술개발 및 현장실증을 완료하고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실증센터 사업이 확대되면서 영동화력발전소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영동화력은 남동발전이 보유한 설비 중 가장 오래된 발전소로 설비용량도 1·2호기 합쳐 325㎿ 정도에 머문다. 표준형 석탄화력발전소 한 개 호기 용량인 50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총 설비용량 3000㎿가 넘는 핵심 발전소인 영흥화력과 삼천포화력에 비하면 전력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협력사 기술지원의 코어로 남동발전의 미래를 책임지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R&D실증센터를 통해 우수기술을 개발한 협력사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다. 현장 설비 실증후 기술과 제품에 대해 우수성을 입증한 협력사는 중핵기업 대상으로 지정돼 개발은 물론이고 판로까지 종합지원을 받게 된다.

김명현 영동화력발전처장은 “R&D 지원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지원 협력사가 많지 않고 핵심설비 부분에는 현장실증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더 많은 우수 협력사를 발굴하고 현장실증 범위도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D실증센터 2단계 지원사업 현황

[소박스]노장투혼으로 여름철 전력수급 기여

`여름철 전력피크를 막기 위한 노병의 투혼`

지난 24일 방문한 영동화력에서는 최전방 전선을 사수하기 위해 투혼을 발휘하는 노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68년 1호기가 지어진 이후 40년 넘게 가동하고 있는 노후 발전소지만 전력수급에 한몫하기 위해 가동을 쉬지 않고 있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진작에 발전소를 폐지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하다. 그만큼 영동화력의 수명은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은 셈이다. 하지만 설비를 개선하면서 전력공급의 임무를 충실히 완수하고 있다.

초기 국내에서 생산되는 무연탄과 중유를 혼합해 발전했던 영동화력은 유연탄을 사용하는 일반 화력발전소와는 다른 출생배경을 가지고 있다. 무연탄 소비를 위한 발전소다 보니 급탄설비 자동화도 미비하다.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배정받는 무연탄의 양이 줄어들면서 사실상 유연탄 발전설비로 변모했다.

최신식 발전소에 비하면 수익성은 낮다. 별도 유연탄 하역장이 없어 덤프트럭으로 연료를 나르는 것도 하루 수백 번, 현장에 도착한 유연탄을 또 다시 불도저를 이용해 저탄장으로 밀어 넣는 작업을 해야 한다. 발전 효율도 수익을 기대할만큼 높은 편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동발전은 영동화력의 폐지보다는 수명연장을 생각하고 있다. 운영 조건이 좋지 않지만 발전 안정성만큼은 어느 발전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체력에서는 젊은 병사에 뒤지지만 오랜 전투경험으로 전력수급이라는 전장에서 국내 발전소 중 최장기 운전이라는 현격한 공을 세우고 있다.

친환경 경영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발전소 한편에 설치된 1㎿급 태양광 설비는 영동화력이 그린발전소로 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실례다. 여기에 추가 태양광 발전설비와 대규모 풍력단지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강릉시와 함께 석탄회사장에 골프장을 조성해 시민에게 제공한 것은 대표적인 친환경 지역상생 모델이다.

김명현 영동화력발전처장은 “영동화력을 최장기 운영 발전소로 기네스북에 등재할 계획”이라며 “노후발전소가 아닌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발전소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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