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IT강국전국연합 출범]"현 정부 ICT 거버넌스, 시작부터 잘못됐다"

“시작이 잘못됐다.”

한 번 잘못 꿰어진 단추를 바로잡으려면 모든 단추를 풀어야 한다. 미래IT강국전국연합 출범 세미나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ICT 거버넌스 정책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고 지적했다. 불거져 나오는 표면적 문제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원점으로 되돌아가 ICT 거버넌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우 한국통신학회장은 “2008년 정보통신부를 해체할 당시 포괄적인 ICT 산업이 잘 돼고 있는 것과 정책적인 ICT 거버넌스 방향을 각자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제조분야 기업을 제외하고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생태계에서 어느 분야도 IT 강국 명성을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 IT는 CPND가 상호 연계돼 받쳐주지 않으면 전망이 어둡다”며 “이런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형남 지속가능과학회장은 `지속 가능한 ICT 정책`을 주장했다. 문 회장은 “ICT 산업과 정책 모두 지속가능하지 못하면 새로운 기술이나 영역에 업무 공백·중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선 IT` `컨트롤타워` 대싱 `서포트타워`를 주장하는데 이는 통제가 아닌 정책적 조정 기능을 하는 컨트롤타워 의미를 잘못 해석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만기 스마트융합학술전국연합 의장도 “강력한 단일부처로 차차기 정부와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지는 ICT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해룡 한국방송학회장은 현 ICT 거버넌스 체제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봤다. 송 회장은 “2008년 이후 어떤 형태든 융합을 잘하자는 가치 아래 ICT 기능을 분산시켰지만 이제는 융합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ICT 원천기술 개발을 견인하기 위해 독자부처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국진 대한전자공학회장은 “우리나라 ICT 산업이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에서 보듯 국제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인재를 찾기도 쉽지 않다”며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이 제대로 인정받아야 생태계가 잘 조성되고 이를 위해선 강력한 원천기술 개발을 조정하고 견인할 수 있는 독자부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강력한 ICT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대외적으로 설득하는 일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김현수 정보기술학술단체총연합회장은 “ICT 거버넌스 논쟁은 ICT와 비ICT 분야 간 경쟁 구도이기도 하다”며 “전체 정부조직 구도에서 ICT 독자부처 위상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예고된 태풍에도 창립 세미나에는 500명이 넘는 산·관·민·학계 인사가 참여했다. 정치권에서 나온 변재일 민주통합당 의원과 진영 새누리당 의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발표와 토론을 경청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