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태블릿 시장이 심상찮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8 태블릿 ‘서피스’를 올 한 해만 300만 대 이상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 미국시간으로 지난 17일 C넷(www.cnet.com)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IDC는 서피스가 x86·ARM 버전을 합쳐서 300만 대 이상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IDC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서피스를 판매할 것이며 가격도 내려갈 전망이 있다”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블룸버그(bloomberg.com)에 따르면 세계 2위 PC 업체인 레노버 역시 윈도RT 태블릿이 윈도8 태블릿보다 300달러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성능·배터리 이용시간의 딜레마 = 윈도 태블릿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과 성능, 배터리 이용시간에서 오는 딜레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2년 태블릿PC 발표 당시 ‘노트북 컴퓨터가 5년 안에 대부분 태블릿PC로 바뀔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이는 실패로 끝났다. 프로세서 전력 소모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현재도 윈도 태블릿은 아이패드에 크게 밀린다.
지난 2011년 11월 삼성전자 윈도 태블릿 ‘슬레이트7’ 출시 당시 남성우 부사장은 “2012년 판매 목표가 500만 대이며 이를 절반만 달성해도 가격을 크게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판매 대수는 2012년 8월 현재 목표 대수의 2.2%에 불과한 11만 대에 그친 상태다.
◇ ‘전시 효과’ 노리는 MS? = 이런 상황에서 전력 소비를 낮추고 배터리 이용 시간을 늘린 ARM 기반 윈도RT 태블릿이 저렴한 가격에 나오면 시장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키노트’, ‘넘버스’, ‘페이지’ 등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 아이패드와 달리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이 기본 내장되어 바로 업무에 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서피스를 앞세운 저가 태블릿이 수요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넷이 인용한 IDC의 생산량 예측은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논의되는 가격대로 서피스가 출시될 경우 재료비를 간신히 맞출 수 있을 정도이며 많은 수량을 생산하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MS가 노리는 것은 ‘줄서기’ 등 부수적인 홍보효과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넥서스7 “시동만 걸리면…” = ‘저가’, ‘레퍼런스’라는 특징을 갖춘 태블릿은 또 있다. 구글과 에이수스가 손잡고 내놓은 태블릿 넥서스7이 바로 그것이다. 이 태블릿은 구글이 처음 내놓은 레퍼런스 태블릿인데다 엔비디아 테그라3 쿼드코어 AP를 쓴 7인치 제품인데도 8GB 제품이 199달러(한화 약 23만원), 16GB 제품이 249달러(한화 약 28만원)로 여느 중국산 보급형 안드로이드 태블릿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심지어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현지구매 혹은 배송대행을 통해 구매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하지만 넥서스7은 이미 전파인증을 마친 상황에서도 발매가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러다 아예 물 건너가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에이수스코리아 관계자는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많지만 전파인증 이외에도 제반 작업이 필요하다. 오는 9월이면 발매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간 물량 조절이 변수다.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가 더 물량을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 ‘역효과’ 가능성도 높아져 =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와 구글 넥서스7 모두 낮은 가격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끄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레퍼런스 춘추전국시대’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2일 발표한 2012년 2사분기 태블릿 판매량 추이에서 IDC 밥 오도넬 부사장은 “오히려 구글 넥서스7과 아마존 킨들파이어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윈도8과 윈도RT이 어떻게 다른지 혼란스러운 소비자들은 결국 애플 아이패드를 고르거나 이번 연말에 아무 제품도 구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