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구동존이(求同存異)

중국인의 대표적인 협상 코드다. 중국 공산당 총리를 지냈던 유명 정치가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이 말을 강조한 이후 중국인 협상의 원칙으로 자리를 잡았다. 큰 틀에서 뜻을 같이 찾고(求同) 작은 이견(小異)은 차차 개선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대세주의`로 해석돼 요즘 유행어처럼 `쿨`한 협상법으로 비친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대충 넘어가는 우리 방식과 달리 중국인은 조그만 차이인 `소이(小異)`가 전체 협상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이가 등장하는 순간이 중요하다. 협상 판세가 자신들에게 완벽하게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 꺼내든다.

최근 범중화권 자본이 거세게 몰아닥친 일본 경제계가 구동존이에 휘말렸다. 대만 혼하이그룹에 지분과 주력 공장을 매각해 경영 위기에서 탈출할 계획이던 일본 샤프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분 매각을 코앞에 두고 혼하이가 `소이`를 등장시켰다.

최근 샤프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혼하이가 애초 약속한 매입 가격이 3분의 1로 하락하자 `매입가 재협상` 카드를 내밀었다. 혼하이 측은 `지분 인수(대동)는 변함없지만 가격(소이)은 다시 협상한다`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샤프가 재협상 논의 자체를 부인했지만 혼하이그룹은 `(오히려) 샤프가 먼저 제안했다`며 거세게 밀어붙였다. 혼하이의 발표 이틀 만에 샤프는 백기를 들고 재협상에 동의했다. 심각한 자금난에 주가 하락이라는 치명타를 입은 샤프 처지에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협상 주도권을 뺏긴 결과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법이다. 중국식 협상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범중화권 자본의 한국 진출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들을 명월이에게 속아 눈물 흘리던 비단 장수 왕서방으로 착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서동규 국제부 차장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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