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 오송역에서 20여분을 달리니 주황색 바탕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 최초로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태양전지 대량생산을 앞두고 있는 현대아반시스의 오창 공장이다. 현장은 양산준비를 위한 막바지 작업 열기로 후끈 달아 올라 있었다.
현대중공업과 프랑스 생고방의 합작사인 현대아반시스는 지난해 4월 연산 100㎿ 규모 CIGS 박막태양전지 제조공장을 착공했다. 삼성SDI·LG이노텍 등 CIGS 사업을 준비 중인 다른 기업들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인 것이다.
약 17개월간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해 지금은 관련 장비 설치를 대부분 마무리 했으며 광변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작업 등을 병행하고 있다.
박정우 현대아반시스 이사는 “장비 셋업을 마무리 한 다음에 광변환 효율 제고 등을 위한 공정 셋업을 진행하는 게 보통이지만 우리는 두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며 “효율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약 1만㎡ 규모 공장 내부에는 규칙적으로 배열된 다양한 장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CIGS 박막태양전지 제작은 유리로 된 기판을 세정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된다. 폐수에 의한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깨끗한 물로 유리 기판을 세정한 후, 셀을 구분하는 작업인 레이저 패터닝(Laser Patterning)을 수행한다. 이 작업은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모두 3번 수행된다.
패터닝 후 빛을 흡수하는 층을 만들기 위한 화학물질(구리·인듐·갈륨·셀레늄) 증착 작업이 이뤄진다. 이어 완충층·창문층 형성과 라미네이션·밀봉 과정 등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지지대 설치와 포장과정을 거쳐 현지에서 바로 설치 가능한 상태의 완제품이 만들어진다.
현대아반시스 제조공정의 특징은 구리·인듐·갈륨 위에 셀레늄을 위치시키는 `셀레늄 톱 프로세스`와 이를 열처리하는 `RTP 셀렌화(Selenization)`다. 이 공정은 기존 해외 CIGS 업체와 달리 독성가스 사용이 필요하지 않고 개별공정 제어가 쉽다는 장점이다.
현대아반시스는 CIGS 박막태양전지 제조 공정 전체를 자동화 했다. 공장 곳곳에 직원들이 배치돼 있지만 직접 제조 작업을 수행한다기보다 장비 점검이나 일부 포장작업 등을 수행할 뿐이다. 중앙통제실에서 대부분의 명령이 이뤄지며 제품은 수시로 다양한 장비와 클린룸을 오가며 완성품 형태를 갖추게 된다.
박 이사는 “자동화를 통한 정밀 작업 수행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공장 친환경성 강화의 일환으로 클린룸 등의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사업도 추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아반시스는 다음 달이면 양산준비를 완료하게 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생산은 내년 초부터 시작한다. 시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해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 제조능력을 갖추는 한편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이종진 현대아반시스 사장은 “9월이면 사실상 준비가 다 되지만 문제는 양산을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경쟁력 있는 제품의 제조능력을 갖췄냐는 것”이라며 “시장상황을 고려해 양산은 내년 초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양산을 시작할 때 광변환 효율은 14%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당초 목표(12.6%)를 대폭 끌어올렸다. 생산능력도 계속 늘려간다는 목표다. 내년 초 두 번째 공장을 착공하는 등 2016년까지 생산능력을 총 400㎿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현대아반시스가 잘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국내 최초로 양산을 시작하는 만큼 좋은 성과를 내서 다른 CIGS 업체의 투자에 확신을 심어주고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게 목표”라며 “CIGS를 한국의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비전으로 전 직원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원(충북)=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