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묻지마식 PCT 출원` 안된다

마침내 폭염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러나 날씨와 달리 오는 13일 폐막을 앞둔 올림픽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내일 새벽 한국 축구가 일본을 상대로 첫 메달 사냥에 나서면서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올림픽 못지않게 관심을 받고 있는 삼성-애플 간 특허 소송이 오는 24일 열린다. 두 회사 간 본안 소송 심리가 미국에서 열린 가운데 국내 판결이 먼저 나오는 것이다. 국내 판결은 향후 미국 등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특허가 지식사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무기로 부상하면서 기업과 국가 간 특허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건수가 세계 4위인 특허 강국이다. 국내총생산(GDP)과 연구개발(R&D) 투자 대비 특허출원 건수도 각각 세계 1위다. 며칠 전에는 우리나라가 특허협력조약(PCT·Patent Cooperation Treaty)을 이용한 국제특허출원 건수에서 세계 5위로 발표됐다.

마침 오늘은 28년 전 우리나라가 PCT에 가입해 국제출원 업무를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PCT는 특허나 실용신안의 해외출원 절차를 통일하고 간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자간 조약이다. 1978년 6월 국제조약으로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1984년 5월 10일 세계 36번째로 가입했고, 그해 8월 10일 조약 발효와 함께 국제출원 업무를 개시했다.

PCT에 가입한 나라는 145개국이다. PCT는 해외에 특허를 출원하려는 기업에 매우 편리하다. 한 번 신청(출원)으로 145개국에 특허를 낸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보통 PCT 출원 후 1년 6개월이 지나면 해당 특허가 국제적으로 유효한지 알 수 있다. PCT 출원이 편리하다 보니 이를 이용하려는 기업은 늘 넘친다. 지원 공고가 나면 항상 조기 마감된다. 경쟁률도 보통 10 대 1이 넘는다. 지난해 특허청이 PCT 출원에 지원한 예산은 15억원이다. 올해는 40억원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기업 수요를 못 따라간다.

PCT 출원을 놓고 우려스러운 일도 발생한다. 일부 기업이 신청하고 보자는 식으로 무조건 달려들기 때문이다. PCT 출원은 선점 효과만 있을 뿐이다. 공식 특허로 인정받으려면 PCT 출원 후 21∼30개월 사이에 해당 국가에 다시 특허를 출원해야 한다. 그런데 PCT 출원 후 각 나라에 다시 접수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는 300만∼400만원에 이르는 PCT 출원 지원비가 허공에 날아가 버린다. 이를 막으려면 사전 컨설팅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해외시장 진출 역량이 있는지 살펴본 후 출원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묻지마식 PCT 출원`은 기업에 해를 주고 혈세를 낭비하게 하는 어리석은 행위다.


방은주 경인취재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