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노 브레인(No Brain)` 하드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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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산업은 지난 반세기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70∼1980년대에는 정부 주도로 중공업 중심 성장이 주를 이뤘다. 1990년대에는 정부에서 TV·냉장고 등 가전제품 국산화를 위해서 노력했다. 그 결과 산요삼성으로 시작한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 점유율 1등 TV를 만들었고, 미쓰비시 자동차의 구형 엔진과 차체를 수입해 소나타를 만들던 현대자동차는 세계 시장 점유율 9%의 위업의 달성했다. 럭키 골드스타TV로 시작한 LG전자는 3DTV 세계 표준을 주도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궜다.

2000년대부터는 휴대폰이 정보기술(IT)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해 국내 기업이 휴대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때 업계에서는 휴대폰 부품의 80% 이상이 일본 부품이라며 정부에 휴대폰 부품 산업 육성을 제안했다. 10여년이 지나 세계를 주름잡는 아이폰 부품의 30∼40%를 국내 부품 회사가 공급할 정도로 우리는 세계 스마트폰 부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소프트웨어(SW) 산업 육성을 위해 수많은 간담회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나는 간담회에 참석할 때마다 SW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주요 제품의 국산화를 이뤘지만 하드웨어(HW)를 움직이는 SW는 여전히 외국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스마트폰 `갤럭시S`는 구글 SW로 움직이고, 현대자동차 전장 시스템을 움직이는 SW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이다. 삼성이 애플에 공급하는 스마트폰용 CPU 코어는 ARM SW를 사용한다. 작은 부품에서 자동차까지 HW를 구동하는 임베디드 SW는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는 슬픈 현실이다.

휴대폰 수출이 호황이던 때 휴대폰 부품 대부분이 수입산이고 국산은 케이스밖에 없다는 이유로 국산 휴대폰이 `깡통폰`으로 불렸다. 다행히 주요 부품 국산화를 이뤄 HW 측면에서는 더 이상 깡통이 아니다. 그러나 HW를 움직이는 두뇌에 해당하는 SW는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해 `노브레인(No Brain) 하드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은 iOS와 앱스토어 등 탁월한 SW 역량을 기반으로 중국 플렉트로닉스에 HW 역량을 아웃소싱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성공 신화를 잇고 있다. SW 중심의 HW 융합 전략을 실행 중인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쿼드코어 CPU·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등 HW 중심으로 차별화를 추진 중이다. SW가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가 이룬 세계 1등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술과 시장 선도력을 유지하려면 1등 HW와 결합된 임베디드 SW 중심의 산업 육성 정책이 절실하다. 기존 일류 HW 역량을 모아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 간 융합 SW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HW뿐만 아니라 SW까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임베디드 SW는 영화의 조연 배우와 같다. 맛깔나는 명조연 배우가 주연 배우를 돋보이게 하고 영화 전체를 살리는 것처럼 임베디드 SW와 HW 관계는 불가분, 불가원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려면 일관되고 치밀한 HW-SW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SW 산업에 20년 넘게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근 자주 개최되는 SW 산업 육성 간담회가 매우 반갑다. 조선·자동차·전자산업이 그랬듯 조만간 세계 1등 SW 회사가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 David.Hwang@obi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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