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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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다 싶던 KAIST가 최근 서남표 총장 거취를 둘러싼 논쟁으로 시끄럽다. 전에는 총장과 교수·학생의 갈등 구조였는데 이제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7월 20일 총장직 계약 해지안을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KAIST 갈등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다.

그동안 보도된 KAIST 관련 기사는 대부분 서 총장의 개혁 추진, 학생과 교수의 연이은 자살,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의 총장 퇴진 요구, 특허 등록을 둘러싼 총장과 교수 간의 고소 사건 등이다.

국민이 볼 때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는 또는 판단하기 어려운 사실 보도가 중심을 이뤘다. 하지만 조직의 생리를 알고 기관 운영 책임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KAIST 사태의 핵심은 리더십과 신뢰의 문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집안의 가장이건 기업의 책임자건 일이 잘되려면 가족 또는 직원 간 신뢰가 있어야 한다. 또 훌륭한 리더십은 수직적인 상명 하달에서 수평적인 솔선수범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바뀐 지 오래됐다.

KAIST 개혁은 총장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교직원과 학생 등 구성원 모두가 총장의 뜻을 따라줄 때 성공할 수 있고 바로 그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KAIST는 국민 모두가 인지하듯 국가 미래를 책임질 과학인재를 양성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특수교육기관이다. 매년 학사 770명과 석·박사 1500여명을 배출하고 세금 6000억원을 예산으로 쓰고 있다. 졸업생은 우리나라 기간산업체와 연구소·대학 등 각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제 더 이상 KAIST가 표류해서는 안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 몰라도 총장의 리더십은 손상됐고 개혁의 재시동도 어려워 보인다.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지금 KAIST를 바라보는 외부 시각은 우호적이지 않다. 내부 구성원의 단합된 모습도 찾아볼 수가 없다.

기관장에게는 기관 운영을 책임지도록 인사권과 예산권이 주어진다. KAIST는 중요성을 감안해 총장에게 다른 출연연구원장이나 대학 총장보다 세 배나 많은 연봉을 준다. 이는 주어진 권한과 연봉만큼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지난 2년 동안 KAIST를 둘러싼 문제가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동안 총장·교수협의회·이사회·정부 등 아무도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서로가 남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그동안 서 총장이 이뤄 놓은 성과를 KAIST의 무형재산으로 축적하고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 할 때다. 더 이상 시기를 놓치면 이뤄놓은 성과까지 빛이 퇴색할 뿐이다.

매 주말 미사를 볼 때 그 의미를 곱씹으며 외우는 기도 한 구절이 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는 고백의 기도 중 한 구절이다. 잘된 것은 내 덕이요 잘못된 것은 네 탓이라는 속물의 마음을 깨우쳐주는 좋은 말이라 생각돼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말이다.

특히 이 기도는 자신의 가슴을 세 번 치면서 기도문을 외는데 이는 말로만 되뇌지 말고 가슴으로 다짐하라는 뜻이다.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쉬운 고백의 기도 한 구절이 KAIST 문제를 풀어 나가는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지 기대해본다.

이상목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smlee@kof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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