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운용체계(OS) `윈도8`에 자사 인터넷 접속프로그램 `인터넷 익스플로러(IE)`만 탑재했다는 혐의로 조사에 들어갔다. MS는 지난 2009년 윈도7, 윈도비스타 등에 IE를 끼워 팔았다는 혐의로 EU로부터 기소당한 바 있다. EU는 2000년대 중반부터 MS 반독점 행태를 집중 조사하면서 과징금을 잇따라 부과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MS가 지난해 3월 배포한 `윈도7 업데이트 버전`부터 인터넷브라우저선택화면(BCS)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EU집행위는 이것이 고의인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집행위는 “MS 일부 제품에 BCS가 제공되지 않아 2800만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BCS는 윈도 제품에서 IE 이외에 구글 크롬 등 12개 주요 다른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메뉴다. MS는 2009년 당시 EU 조사가 본격화되자 인터넷 사용자들의 웹브라우저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며 대안으로 BCS를 제시, 합의를 도출했다.
문제는 오는 10월 출시될 윈도8다. 윈도8는 현재 시험판으로만 나왔다. 하지만 MS는 이미 지난 5월 “윈도8에 구글 크롬과 모질라 파이어폭스, 애플 iOS 등 타 브라우저를 탑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업계는 이를 `자살행위(suicidal move)`라며 비난했다. MS는 윈도와 관련한 반독점법 위반 행위로 여러 차례 EU의 조사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모두 16억4000만유로라는 엄청난 벌금을 부과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EU 측은 “MS가 IE를 제외한 타 OS를 윈도8에서 구동되지 않도록 고의적으로 설계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호아킨 알무니아 EU집행위원은 이날 “MS는 지난 2008년에도 EU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조사 후 처벌을 결정할 때 반복적인 위반에 가중 처벌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통상 매출의 10%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MS는 EU의 강경한 태도에 한발 물러섰다. MS는 이날 성명에서 “윈도7에 업데이트용으로 제공하는 서비스팩1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실수로 BCS가 설치되지 않은 것인데 곧 해결할 예정”이라며 “윈도7 오리지널 버전은 물론이고 윈도XP, 윈도 비스타는 BCS가 정상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MS는 외부 법률 고문에 이번 기술적 오류 발생 경위에 정식 조사를 의뢰하고 문제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