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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탓에 기업은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이런 때 데이비드 아커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불황기엔 옛날처럼 단타나 2루타는 안 된다”며 “차라리 홈런을 치라”고 주문한다.
불황기엔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마케팅 배트를 단단히 부여잡고 에너지와 전략을 모아서 휘두르라는 것이다. 불황에 마케팅 예산을 늘리면 반드시 보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브랜드와 관련된 긍정, 부정적 요소의 총합을 뜻하는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란 말이 있다. 해마다 이어지는 브랜드 순위 발표로 이제 일반인에게도 꽤 익숙한 용어다.
브랜드 자산이란 용어를 최초로 개념화한 학자가 바로 데이비드 아커 교수다. 그는 브랜드 전략이나 브랜드 마케팅 등 `브랜드`란 말이 들어가는 분야에서 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석좌교수와 함께 원조(元祖)로 인정받는 세계적 거장이다.
아커 교수는 경영 전략에서 경험적으로 도출해 낸 매우 탁월하고 일관된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불황기에 마케팅 예산을 늘리면 반드시 알토란 같은 보답이 돌아온다고 주장한다. 불경기 이전에 강력한 기업이었든 약한 기업이었든 다 적용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더 쓰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실행에 앞서 따져볼 다섯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고 충고한다.
첫째, 남보다 탁월한 고유의 가치, 본질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스스로 이것이 있다고 판단되면 불경기에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만하다.
둘째, 설령 이런 고유의 본질적 가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불경기에 사업의 전체 범주(카테고리)를 재구성하는 때라면 역시 돈을 더 쓸 만하다. 마케팅을 확대할 만한 것이다.
셋째, 매우 위대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을 때다. 반도체 기업 인텔의 `인텔 인사이드`라는 위대한 마케팅은 불경기에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넷째, 만약에 기업에 정말로 혁신적인 신제품이 있다면 불황이어도 돈을 쓸 타이밍이다.
끝으로 다섯째, 회사 대차대조표가 경쟁자와 비교할 때 현저하게 건강하다면 불경기에 마케팅 지출을 늘릴 만하다. 경쟁자는 그에 대응해 도저히 지출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글로벌 위기는 세계 모든 기업에 깊은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더구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과도한 마케팅 확대는 비용을 늘어나게 해 기업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아커 교수는 위의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되는 게 확실하다면 불황기의 공격적 마케팅은 검토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케팅 강화 제안이 전부 맞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기업엔 이 또한 `레토릭(rhetoric·수사학)`으로 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예산 긴축과 사업 축소 같은 내부적 구조조정 노력만으로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기업은 마케팅을 확대하더라도 그 `수단 선택(vehicle choice)`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더욱이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은 이를 대신할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불황기일수록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내부 충성도를 강화하고 외부에 기업 호의도를 높이려는 노력이야말로 구조조정에 앞서 위기 극복의 대전제가 될 것이란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안석우 임제 대표 aswp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