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요금 인상 `법`으로 정부 압박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10.7% 인상안과 관련 `법`을 명분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인상안 거부의사를 시사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동안 주무부처의 권유에 따라 인상폭을 조정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국전력 이사회는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0.7% 인상안 의결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9일 전기요금 인상안과 연료비연동제 제도개선안을 의결해 정부에 인가 신청을 한 지 하루 만에 취한 조치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기표 한전 비상임이사는 관련 법률과 지경부 장관의 고시에 따라 총괄원가 기준으로 인상안을 의결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 이사는 “총괄원가 미만의 인상률을 의결해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도록 하는 것은 관련 법률에 위배된다”며 “9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결국 준법의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또 “이번 인상안이 올해 총괄원가에 미달하는 금액만을 일부 반영했을 뿐 기존 누적적자를 상쇄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처음으로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전기요금은 정치·사회적 이해관계로 책정되어 왔다. 특히 올해는 총선·대선이 함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강경 입장이다. 더 이상 정치논리로 전기요금을 결정하지 말라는 항의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전 이사회는 최대한 법을 지키려했다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면서 향후 있을 원가 이하 전기요금 논란에 대해 반대급부를 챙겼다. 반면 정부는 `사회적 합의`와 `법` 사이에서 고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0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혀 10.7% 인상안의 승인도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안은 민감한 사안이라 거론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치는 절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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