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ICT산업은 특징이 없다. 외부에서는 바다를 낀 항구도시이기에 항만물류IT산업이 발전했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부산시는 1990년대부터 항만물류, 전시컨벤션, 기계부품소재와 함께 `영상·IT`를 4대 전략산업으로 정해 육성방안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부산 IT산업은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자기색깔을 못찾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변화·발전하고 다양한 산업에 응용되는 IT산업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식 정책 수립과 대응으로 일관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부산 IT산업의 차세대 주자인 선박IT와 게임, 클라우드 컴퓨팅 3개 분야를 분석해 봤다.
◇선박IT분야 맞춤형 정책 지원 절실=선박전자통신장비(이하 선박IT)는 레이더 등 선박용 항해통신기기와 어군탐지기 등 어업지원장비를 통칭한다. 수많은 선박이 드나드는 부산의 지리·환경적 특성에 비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특화 IT업종이다. 자동차 운행 및 관련 장비가 빠르게 IT화하고 있는 것처럼 선박용 장비도 IT화가 대세다.
선박IT는 기존 조선기자재산업군과는 여러모로 다른 특징을 갖추고 있다. 조선기자재가 신규 선박 건조에 필요한 각종 부품이라면 선박IT는 카내비게이션, 카오디오, 블랙박스처럼 건조 후 운항 중인 선박에 옵션 형태로 사용하는 장비다. 조선기자재산업이 조선소를 타깃으로 하고 조선 경기에 민감한 반면에 선박IT 기존 선박·운항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선박IT 업종이 조선기자재산업의 틈새시장 정도로 치부되면서 관련 산업 규모 등 현황 파악은 물론이고 업종 특성에 맞는 정책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재하 삼영이엔씨 전무는 “선박의 고급화, 안전과 환경을 고려한 IT장비 의무장착 추세 등으로 글로벌 선박IT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부산을 포함해 국내 선박IT 업체 수, 국산화율, 수출 품목 등 기본 자료조차 전무한 상태”라며 “선박IT 산업을 키우려면 조선이나 조선기자재와 구분해 선박IT 업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은 고도화 전략 급해=게임산업은 부산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전략적 지원과 업계 젊은 기업인의 열정이 더해져 최근 2~3년간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산 내부적으로는 인티브소프트, 게임데이 등 30대 CEO가 이끄는 개발사들이 부산 게임산업의 미래로 주목 받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넥슨 등 메이저 게임업체와 수도권 중견 게임사의 부산 투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부산문화콘텐츠컴플렉스 등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 개발지원 인프라도 상당한 규모로 구축됐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성장 가도를 달려 온 몇몇 게임업체는 올 들어 매출 등 성장 정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출 10억~20억원은 넘었지만 30억~50억원의 매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수도권 등 외부 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 기업과의 시너지도 외부기업 유치가 부진하자 탄력이 떨어졌다.
이주원 부산게임산업협회장(인티브소프트 대표)은 “창업 및 기업 설립 초기 단계에 초점을 맞춘 지원책을 이제는 성장 고도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며 “유망 콘텐츠 개발 사업 확대와 고급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수요·공급 균형 맞춰야=클라우드산업은 몇해 전부터 부산시가 차세대 IT신성장동력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대표적 성과로 올해 초 LG CNS가 서부산 공단지대에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착공했고, 정부 지원 아래 클라우드 시범단지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시범단지 구축을 위한 입지현황 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서 정부 차원의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시범단지 사업의 최적 입지를 동남권(부산)이라 발표해 부산 클라우드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줬다.
클라우드데이터센터 구축 및 활성화는 SW, 관련 장비 등 지역 IT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가 크다.
문제는 이러한 파급 효과를 흡수할 수 있는 지역 IT기업(공급 측면)과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지역 제조업(수요 측면)이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김준수 부산정보산업진흥원 IT산업부장은 “클라우드산업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려면 수요와 공급 양쪽이 모두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 IT기업의 클라우드 비즈니스 신규 참여와 지역 산업계의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 인식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