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두 헬스웨이브 대표 명함에는 다양한 직함이 적혀 있다. 헬스웨이브 대표, 애니메이션 감독, 그리고 외과전문의. 정 대표는 그림에 관심이 많던 외과 의사였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어머니 영향으로 그림을 좋아했고 의대 시절 의학 일러스트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메디컬 일러스트에 관심이 생겼다. 대학시절엔 일간지에 의학 소재 만화를 연재하며 유명세도 탔다.
그러다 의사의 숙명적 고민이 찾아왔다. 아무리 훌륭한 외과의사라도 100번에 5번은 수술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환자들은 예외를 인정 못하고 의료소송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는 동료를 보며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정 대표는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길을 찾았다. 의사는 환자에게 질병 안내와 치료방법, 수술 및 치료 시 주의사항, 병원생활 등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데 워낙 내용이 어려워 환자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정보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면 환자 이해도 높이고 인터넷으로 잘못된 정보를 접하는 것도 막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에게는 이미 2006년부터 의료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험이 있었다.
“의료 정보 이해가 중요하지만 환자 눈높이에서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의사도, 정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환자도 많지 않습니다. 쉽게 전달할 콘텐츠가 있으면 좋은데 아무나 만들 수도 없죠. 의학 지식과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이 필요한데 저 말고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하려는 사람도 없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헬스웨이브는 1700개 의료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담긴 `하이차트`를 개발했다. 병원 전자진료차트 기반으로 개별 환자에게 알맞은 의학 콘텐츠를 전달한다. 콘텐츠는 병원 PC는 물론 개인 PC, 스마트기기에서 볼 수 있다. SNS을 통한 콘텐츠 공유와 하이차드 도입 병원에 대한 자연스러운 광고도 가능하다.
서울대병원(본원·분당·보라매)과 강남 차병원과 계약을 체결했고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KOTRA가 주최한 `나는 글로벌 벤처다`에서 2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의료 콘텐츠에는 문화적 요소가 필요 없습니다. 한국에서 개발한 콘텐츠를 언어만 바꾸면 되죠. 최대 경쟁력은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 의사와 미국 콘텐츠업계가 줄 수 없는 가치를 헬스웨이브가 제공할 계획입니다.”
창업을 해서 좋은 점은 의외로 작고 소박했다. 하지만 목표는 원대하다. 정 대표는 “날씨 좋은 날 햇볕을 받으며 걸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외과의사는 평소에 해를 거의 볼 수 없거든요. 지구의 모든 진료실에 있는 컴퓨터 전자차트에 하이차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헬스웨이브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