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환상형 순환출자구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대기업집단 총수 지배력도 더욱 높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63개 대기업집단의 주식소유현황(4월12일 현재)을 분석한 결과 계열회사 출자 흐름이 둥글게 연결되는 `환상형 출자구조`를 가진 집단은 15개나 됐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5.7%로 지난해(53.5%)보다 2.2%포인트 늘었다. 최근 20년간 최고치다. 1993년 3.5%에 달했던 총수의 지분율은 올해 처음으로 1% 미만(0.94%)으로 줄었다.
그룹 총수가 환상형 순환출자를 주도하면서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계약사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환경이 굳어졌다는 얘기다. 순환출자 중에서도 한 곳의 핵심회사를 중심으로 출자의 흐름이 연결되는 그룹은 삼성·롯데·한진·한화·동부·영풍·동양·현대산업개발 8곳이었다.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은 평균 30.4개의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총수 없는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는 평균 13.3개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소유구조는 총수있는 집단이 가장 복잡하고, 지주회사 전환집단, 총수없는 집단, 공기업집단 순”이라며 “그러나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 중에서도 점차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처럼 복잡한 소유지분구조로 변화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계열회사 수가 2008년 31개에서 올해 70개로 늘었고, KT도 같은 기간 계열회사수가 29개에서 50개로 증가했다.
총수가 있는 43개 대기업 집단 소속 1565개사 가운데 상장회사는 230개(14.7%)로 집계됐다. 총수일가에 대한 경영권 견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은 34.0%(기관 17.8%, 외국인 16.2%)로 상장사의 내부지분율(40.1%)에 못미쳤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