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中企 동반성장 가교 `기술임치제도`]<하>중소기업 우수 활용 사례

기술임치제도(이하 기술임치제)는 중소기업 영업비밀 보호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핵심 기술은 물론이고 비밀로 유지되는 생산방법과 판매방법, 경영상의 정보 등을 포괄적으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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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관계자가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담당자에게 임치할 기술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특허 출원 후 등록 때까지 임치제를 이용하려는 기업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모방 특허가 우려돼 기술 공개를 꺼리는 기업이나, 개발 기술 자료를 안전하게 백업하려는 IT·SW 기업들에 이 제도만큼 튼튼한 안전장치는 없다.

◇중소기업 활용 사례=인피니트헬스케어는 국내 중소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기술임치제를 활용하는 대표 사례다. 현재까지 누적 임치 계약건수만 80건에 달한다.

의료영상정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이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료영상 3D 처리기술 `젤리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기술 유출 우려감이 커지면서 기술임치제로 눈을 돌렸다. 자칫 개발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더라도 개발 사실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회사는 개발 과정부터 철저하게 관련 기술을 임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버전이 계속 업데이트될 때마다 버전별 임치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대주기계는 에어 및 가스 콤프레셔 설비업체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인력에 의한 기술 유출과 모방 특허에 따른 우려도 컸다. 하지만 3년 전 기술임치제를 알게 되면서 이러한 불안감은 사라졌다. 신기술이 특허로 등록될 때까지 이 제도를 통해 보호하고, 특허에서 차마 공개할 수 없었던 상세한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까지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2009년 4월 10건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41건의 영업비밀을 임치했다.

음향산업 전문업체인 이머시스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기술임치제로 핵심 기술을 보호한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수년 전 제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일본 대기업인 산요가 향후 소스코드 등 핵심기술 제공을 요구하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당시 중소기업 파산이나 폐업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산요가 요구한 사항이지만, 이머시스 입장에서는 애써 개발한 기술이 송두리째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핵심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대비 방안을 강구하던 중 우연히 기술임치제를 알게 되면서 한 시름 덜 수 있었다. 산요에서도 기술임치제를 수용함으로써 힘들게만 여겨졌던 수출 계약도 성사됐다. 현재 이머시스는 국내외 40여개 업체 100여개 모델에 솔루션을 탑재해 프랑스, 일본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FA는 수년 전 퇴사한 내부 직원의 이직으로 핵심 기술이 외부로 유출된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마땅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던 회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기술임치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술개발 설명회를 통해 이 제도가 기술유출·도용됐을 경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고, 유출·도용의 의지를 차단하는 중요한 장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후 기술임치제를 도입한 회사는 내부 임직원에게 공지하고, 회사 성장을 위해 보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제도를 활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부인의 기술 유출 시도 자체를 억제하는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 다각적 보호=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방지 및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해 기술임치제 외에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기술 유출 방지에 나서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내에 구축, 운영 중인 중소기업 기술지킴센터의 `기술지킴(보안관제)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기술지킴센터는 재정 여력이 부족해 체계적인 보안 관리를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통합 보안 관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 트래픽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네트워크 보안 진단 및 취약점 분석 △악성 트래픽 실시간 탐지·차단 등 다양한 서비스로 구성됐다. 관제 수수료는 올 연말까지 무상으로 지원하며, 보안 장비 임대료는 중소기업 현실에 맞춰 저렴하게 책정했다.

중기청은 또 중소기업 기술보호 온·오프라인 상담센터를 통해 기술보호 애로 해소를 지원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와 변리사 등 120여명으로 전문가 풀(POOL)을 구성, 보안진단·보안기술 등 4개 분야에 걸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진출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방지 대책 방안도 마련돼 있다.

중기청은 법률·기술 전문가와 매칭해 현지 컨설팅을 지원하고, 산업기밀 및 영업비밀 보호 실무, 현지국가 관련 법률 설명 및 기술 유출 피해 등 전문가 상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중기청은 기술 유출 발생 시 구체적인 대응방안 등을 잘 몰라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기술유출 사례, 대응 방법 등 포괄적인 기술보호 정보를 담은 매뉴얼과 스마트기기용 앱을 제작, 제공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 기술보호 정책의 통합 관리를 통해 기업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 보호 통합 시스템을 구축,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보다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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