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라이선스 정책 변경, 고객은 `울며 겨자 먹기`

글로벌 SW 기업들이 라이선스 정책을 변경할 때마다 고객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기업용 SW는 한 번 설치하면 뒤바꾸기가 쉽지 않다. 협의를 진행한다고 해도 결국은 공급업체 의도대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최근 A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와 일부 금융사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라이선스 갈등은 `라이선스 정책 변경`에 따른 대표적인 분쟁 사례다. A 업체는 일부 금융사가 사용하고 있는 한 SW 라이선스를 사용자 기업 규모가 성장할 때마다 이에 맞춰 추가로 지불하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기업들은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 사업 규모 성장에 따라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000년대 말 해당 SW를 도입한 기업 관계자는 “사용자가 늘어나 추가 라이선스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기업 규모 성장에 따라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라이선스를 산정하는 기준도 초기 구매할 때와 달라지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은 A 업체가 초기 계약 당시 향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정책 변경에 따른 어떠한 공지도 없었던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주장이다. 명확한 공지가 없다가 수년 후 달라진 라이선스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대형 SW 기업의 횡포라는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향후 라이선스 비용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안을 찾고 있다. 초기 계약 시 계약 변경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공지, 상식적 수준에서의 라이선스 변경 등이 해당 기업들이 바라는 사항이다.

공공기관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라이선스 정책으로 마찰이 일고 있다. MS가 공공기관 대상으로 8종 SW의 거버먼트 어그리먼트(GA) 계약을 맺도록 했다. 8종 미만 SW를 사용하는 기관과 단품계약 등 협의를 진행하면서 일부 진통을 겪고 있다.

라이선스 변경은 중소 SW 기업을 대형 기업이 인수하는 때에도 발생한다. 재작년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IBM 인포믹스 DB 추가 라이선스 요구`가 대표적이다. IBM은 인수 이전 인포믹스를 구축했던 일부 은행에 변경된 라이선스 정책에 따라 추가 비용 지불을 요구했다. 은행권에서는 사전 협의 없이 본사 정책이라며 추가 사용료를 요구하는 IBM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장기간 마찰이 지속됐다.

한 통신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기업용 SW는 대개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지만 이런 불합리한 정책 변경이 있더라도 쉽게 해당 제품을 교체할 수 없다”며 “몇 달 전 미리 공지를 해준다고는 하나 공지를 해줘도 딱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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