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허용 범위와 요금제를 놓고 이동통신업계가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하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카카오의 mVoIP `보이스톡`이 이슈가 되자 `전면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KT는 mVoIP 개방을 하나의 부가서비스로 삼아 전면 개방하되 추가 요금을 받는 새 요금제를 추진한다. SK텔레콤 역시 데이터 요금 개편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 SK텔레콤은 인가사업자다. 새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 인가가 필요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mVoIP든 다른 무엇이든 상관없이 요금제를 바꾸려면 방통위에 신고만 하면 된다.
방통위는 카카오의 보이스톡 출시로 인해 논란이 일자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한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업체들이 마음대로 하라는 `방임`이 아니라, 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 요금은 여전히 방통위가 키를 가지는 한편 KT·LG유플러스는 자사 이익에 부합하도록 해보라는 것”이라며 “KT와 LG유플러스는 수익성과 소비자 여론 양쪽을 고려하느라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통신요금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일까. 방통위가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다. KT의 새 mVoIP 요금제 신고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개방을 선언한 LG유플러스 역시 내부 갈등이 아니라 방통위와 협의가 진통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의미는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돌린다는 뜻이다. 소비자가 KT의 새 요금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LG유플러스나 SK텔레콤으로 옮겨가면 된다. 소비자단체가 법 테두리 안에서 불매운동과 같은 집단행동을 하는 것도 엄연한 권리다.
시장 자율에 맡긴다고 해놓고 뒤에서 신고사업자의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겉 다르고 속 다른 격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소비자 눈치를 안 볼 수 있냐”고 항변한다. 물론 여론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포퓰리즘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황태호 통신방송산업부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