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터넷은 망 중심 구조에서 인간 중심 구조로 바뀔 것입니다.“
미국 연방정부 미래인터넷 4대 과제 중 하나인 `XIA(eXpressive Internet Architecture)` 프로젝트 책임자 피터 스텐키스트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방한했다. 스텐키스트 교수는 방한 기간 중 KRnet2012 기조연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팅 등을 통해 국내 연구진과 폭 넓은 교류를 시도한다.
2010년 시작된 XIA 프로젝트는 네트워크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데 초점을 맞췄다. 사용자가 네트워크에 정의한 주소와 서비스를 선택하는 `망 중심` 구조를 `인간 중심`으로 바꾼다.
스마트폰에서 웹툰 하나를 보려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용자가 가입된 서비스를 기반으로 망을 선택하면 요청을 받아들인 가입자망 장비들이 콘텐츠가 위치한 호스트를 찾는다. 또 이를 사용자 기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신호로 변환해야 비로소 완전한 웹툰 하나를 볼 수 있다. 이 과정이 복잡하면 할수록 콘텐츠를 손에 쥐는 시간은 길어진다.
XIA는 이처럼 망에 맞춰진 인터넷 구조를 사용자 중심으로 바꾸는데 목표를 뒀다. 스텐키스트 교수는 26일 전자신문 인터뷰에서 “(미래 인터넷은) 사용자가 원하는 의도를 네트워크에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네트워크에서 정한 경로대로 콘텐츠를 이용해야 했지만 앞으로 원하는 콘텐츠만 지정하면 네트워크가 알아서 최적 경로로 전달하게 만드는 것이 XIA 연구의 종착지란 설명이다. 정책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론적으로 어떤 통신사에 가입해 있던지 세계 어느 곳에 있던지 상관없이 동일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네트워크 움직임을 지능화하기 위해 IP주소가 아닌 콘텐츠 자체에 ID를 부여하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요청이 있을 때마다 콘텐츠가 위치한 호스트 ID를 일일이 찾을 필요없이 콘텐츠와 사용자가 바로 통신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유사한 연구를 ETRI에서 추진 중이다. `신뢰·ID 기반 네트워크`를 목표로 추진되는 이 과제는 현재 예산 할당을 위해 국회에서 대기 중이다. 스텐키스트 교수는 XIA 프로젝트와 방법론에서 조금 다를 뿐 아이디어가 같은 이 연구에 큰 관심을 보였다.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협업 할 수 있길 바란다는 기대도 전했다.
스탠키스트 교수는 미래 인터넷 과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터넷은 성공적이었지만 새로운 환경을 맞아 오류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고장난 곳을 조금씩 고치는 것보다 한국과 유럽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근본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