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112>전례(前例)와 반례(反例), 그리고 사례(事例)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는 신입사원에게 그 일은 전례가 없다고 반대한다. 잘된다는 보장이 있는지 묻는다. 전례가 없는 일인데 잘된다는 보장을 어떻게 하겠는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기에 그 누구도 잘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잘된다는 보장은 누군가가 비슷한 전례를 남겼다는 점에 비춰 판단할 수 있다.

세상의 주목과 이목을 끄는 사례는 모두 전례 없는 일을 시도하다가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고 태어난 결과다. 성공 사례에는 실패 사연이 숨어 있다. 성공 사례는 쉽게 보이지 않는 실패 사례로부터 배운 교훈 덕분이다. 사례에 담긴 사연을 읽어내는 사람만이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전례 없는 비즈니스, 전례에 반대되는 반례를 남겨야 세상이 주목하는 사례를 남길 수 있다.

기존 사례를 따라 해서는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낼 수 없다. 사례는 그저 그 당시의 상황에서 만들어진 과거의 사연이다. 그런 사례가 탄생된 배경이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지금이나 미래에도 동일한 성공 사례가 반복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성공 사례를 남기고 싶은 사람은 이전의 사례가 주는 달콤한 추억을 하루빨리 잊어야 한다.

나의 적은 밖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과거의 성공 체험이다. 성공 사례도 이미 지나간 전례다. 전례와 관행에 없다고 시도하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는 전례와 관행에 있던 대로 습관적으로 반복하라는 이야기다. 전례와 관행에 없는 일을 해야 전과 다른 관행을 만들 수 있다. 전례만 따르고 관행에 머무르면 더 이상의 성장과 발전은 없다. 변화 없이 어제와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면 삶이 재미없고 지루하며 의미가 없어진다.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일상의 변화를 모색할 때 익숙함이 주는 무료함에서 벗어나 일탈의 재미와 의미를 맛볼 수 있다.

이전에 받지 못한 낯선 자극의 불편함이 삶의 생기를 되찾아줄 수 있다. 친숙함 또는 익숙함이 지나치면 무심함으로 흘러버린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스쳐지나간다.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전례에 없던 색다른 시도와 도전을 즐기면서 매일 매일의 친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불편함의 세계에 자신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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