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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3D 입체영상 전문기업 FX기어는 미국 드림웍스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슈렉3를 만들던 드림웍스는 2명의 기술진을 급히 한국에 보냈다. 드림웍스는 FX기어가 개발한 3D 소프트웨어 `퀄로스`를 꼼꼼히 테스트한 뒤 공식 프로그램으로 낙점했다.
문화기술(CT) 분야에서 한국의 ILM을 꿈꾸는 기업이 나왔다. ILM은 조지 루카스가 세운 할리우드 최고의 디지털 특수효과 회사다. `터미네이터` `해리포터` `트랜스포머` 등 블록버스터의 디지털 영상을 담당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FX기어는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 미국 드림웍스가 FX기어의 영상기술을 사용한다. 드림웍스가 무명의 한국 벤처기업에 3D 영상을 의뢰한 이유는 기술력 때문이다. 컴퓨터그래픽 영상은 실제 인물과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최광진 공동창업자는 “우리 회사의 강점은 3D로 표현하기 어려운 옷이나 머리카락, 물, 털 등을 잘 소화해 낸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옷의 구김처럼 세밀한 표현도 자연스럽다. 최 CTO는 “드림웍스가 이 기술을 처음 도입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면서 “지금은 드림웍스 회사 전체에서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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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분야에서도 이 회사의 진가는 드러난다. 엔씨소프트의 대작 게임 아이온의 3D 캐릭터 영상이 이 회사 연구실에서 만들어졌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고작 24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본 소프트뱅크와 넥슨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등 잠재성장성은 무한하다.
FX기어는 이르면 올해 말 물을 이용한 유체 시뮬레이션 구현 소프트웨어 `플루엑스(FluX)` 상용화에 들어간다. 최 CTO는 “플루엑스는 우리의 대표 제품이 될 것”이라며 “미국 인텔과도 기술협력 중이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앞으로 미용 패션 등의 분야로 가상 시뮬레이션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