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 산업계 소송 몸살…신흥미디어 급부상에 따른 선후발업체간 신경전

케이블TV사업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방해 혐의

미국 미디어 산업계가 소송 몸살을 앓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신흥 미디어가 속속 등장해 급속한 시장 재편이 이뤄지면서 저작권자와의 분쟁은 물론, 선후발 업체간 불공정 영업 행위 소송도 잇따랐다.

미국 사법부는 최근 컴캐스트, 타임워너케이블, AT&T 등 주요 케이블TV 사업자의 반독점 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함께 제공 중인 이들 케이블TV사업자들은 자사 가입자가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등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다운로드 횟수를 제한해 경쟁사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에서는 무제한 앱 다운로드를 허용한 것과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차별적 기준을 적용해 불공정 영업 행위 조사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사법부는 케이블TV사업자들이 방영 프로그램 선정 과정에서 콘텐츠 제공업체들에 부당한 권력 행사를 했는지 폭넓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블TV 업체들은 사법부의 조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컴캐스트는 “온라인에서 과도하게 콘텐츠를 다운받는 이른바 헤비유저 때문에 인터넷 속도가 느려질 것을 우려해 제한한 것 뿐”이라며 “공용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로써 당연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엑스박스용 서비스는 공용 인터넷망이 아닌 사업자 사적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번 사건은 양측이 최근 겪어온 시장 경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미디어시장에서 전통의 강호였던 케이블TV는 인터넷 및 모바일 동영상 스트리밍 등 새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케이블TV 가입자수는 290만여명이나 줄어들었다. 각 케이블TV업체들은 가입자 이탈과 매출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면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TV 가입자는 190만명이 증가했다. 엑스박스 같은 비디오게임 콘솔로 영화와 인터넷비디오를 보는 가구가 45%나 급증했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확산은 이보다 더 빠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케이블TV업체들이 편법과 불법의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샌포드 C. 번스타인의 크레이그 모펫 애널리스트는 “케이블TV업체들은 이탈하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올해 초 고육지책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결합 서비스까지 내놓기도 했다”면서 “조사가 시작된 만큼 모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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