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장관과 김중수 총재의 `상극 리더십`이 금융가에 화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양대 경제·금융 수장의 리더십 철학은 곧바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민감하고 국민들 관심도 높다.
박 장관은 재무부 공무원 시절부터 `워커홀릭`으로 유명했다. 17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의원회관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의원이었다.
그런 그가 요즘 재정부 직원들에게 `8·5 근무제`(오전 8시~오후 5시 근무)를 지키도록 독려한다. 지난 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박 장관이 직원들에게 띄운 시는 이상국 시인의 `오늘은 집에 일찍 가자`였다.
지난 2010년 박 장관이 고용노동부를 맡아보니 업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함께 나누는 것이 진정한 `상생`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무엇보다 일보다는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라는 게, 출세지향의 재정부 직원들에게 박 장관이 보내는 메시지다.
하지만 경제부처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야근이 많은 곳이 재정부다. 출근시간만 30분 앞당겨지고 연장 근무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던 이유다. 그래서 박 장관은 매주 수·금요일 주 이틀을 아예 `가정의 날`로 지정, 늦어도 오후 7시 이전에는 모두 `칼퇴근` 하도록 했다.
김영노 재정부 인사과 창의팀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변경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에서 85%가 출근시각 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리더십 스타일은 박 장관과 정반대다. 지난 12일 한은 62주년 창립 기념식 때도 김 총재는 “(본인들은) 2류면서 1류 한은을 바라지 말라”며 직원들을 향해 일갈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OECD 대사를 거치며 역대 정권에서 지독한 일벌레로 통해 온 김 총재다. “술 먹다 죽은 사람은 봤어도, 일하다 죽은 사람은 못 봤다” “불 꺼지지 않는 한은을 만들자”고 독려한다. 직원들의 야근과 주말 근무는 필수 권장사항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은 내부의 반응은 둘째 치고, 시장이 김 총재의 리더십을 못미더워 한다. 김 총재가 12개월째 동결시키고 있는 `기준금리` 역시 시장금리와 엇박자를 보인다. 시장이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제 고도성장기 때 먹히던 카리스마가 지금도 통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시대에 맞는 유연한 정책과 리더십이 결국 조직도 살리고 시장의 신뢰도 자연스레 얻게 될 것”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