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말한다]무리한 다이어트는 요요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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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범죄자가 아니면 지문을 찍어두지 않는다.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본인 확인을 위한 일련번호 체계도 없다.

우리나라는 전혀 다르다. 누군가 나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행동에 익숙하다. 누군가에게 나를 확인받기 위해서도 주민등록번호를 거리낌 없이 제공한다. 어디를 가든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으로 신원을 확인한다. 신용카드 회사에 사용 내역을 확인하려 해도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전산망에 입력하면 특정인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민간 기업도 마찬가지기에 그 유출로 발생할 수 있는 폐해 역시 심각하다. 정부나 기업은 주민등록번호가 당장 편리하기에 폐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버리지 않았다. 설탕을 듬뿍 뿌린 생크림 케이크와 같은 존재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정부는 올해 초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예외적 사안을 빼고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행정안전부도 하반기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공공기관에서 단계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고 주민등록번호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 아이핀, 공인인증서나 휴대폰 번호 등 대체 확인 수단을 의무 제공토록 한다. 주민등록번호 유출 기업에 매출의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며 CEO는 직무정지 및 해임권고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주로 적용되는 오프라인 세상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고 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상점에서 물건을 판매할 때 신분이 불명확하거나 타인의 이름을 도용했다고 의심될 때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할 수 없다면 어떻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까. 주민등록번호 유출과 관련해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 CEO에게 정부가 직무정지 및 해임권고를 할 수 있다면 민간 기업과 주주에 지나친 간섭이 되지 않을까.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때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핵심 정보가 바로 주민등록번호라는 사실을 고려해보자. `단계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소중한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관련 대책도 제대로 수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급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필연적으로 요요 현상이 발생하듯 갑작스럽게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면 민간 기업이나 이용자가 바뀐 개인정보 관리체계를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 개인정보 관리체계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배제한다는 큰 틀에는 흔들림 없이 나아가되 다른 주체가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심한 주의도 기대한다.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taeuk.kang@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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