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부출연연구기관 해법

정부출연연구기관 거버넌스 등 골머리를 앓아온 과학기술계 현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 문제와 묶음예산 중심 예산제도, 우수연구자 정년연장, 총액인건비제 도입 등이 핵심 이슈다.

지난 5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을 모아 정리를 시도했다. 거버넌스 개편은 출연연 통합에 국가연구개발원 설립이 맞물린 문제다. 출연연 통합은 기관 법인 해체가 걸림돌이다.

국가연구개발 체계는 축이 두 개다. 기초·원천기술 개발 축은 앞날이 불투명하지만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해 놨다. 다른 한 축인 응용 연구개발(R&D)을 대표할 국가연구개발원 문제는 지지부진하다.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4월 설립준비단 전체회의를 개최한 것이 전부다. `짝다리 짚고` 기우뚱하게 서 있는 모양새다.

묶음예산과 정년연장은 정부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서 나름 진도가 많이 나간 부분이긴 하지만 께름칙하긴 마찬가지다. 묶음예산 편성은 2013년까지 정부출연금 비중을 60%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기관별 묶음예산 배정 규모와 예산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의 논의와 세부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정년연장(환원)에 대한 정부 태도는 `쿨`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도별 정년 도래 인원은 출연연 전체 1만775명 가운데 올해 56명이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매년 100명은 넘지 않는다. 그나마 행정직은 제외했다. 연구원 정년연장 대상도 `우수자`만을 가려 뽑기로 했다. 되레 위화감을 조성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총액인건비제는 기관별로 인건비 총액을 정해 놓고 그 한도에서 자유롭게 인력을 뽑아 쓰라는 인력 운용에 관한 일종의 `궁여지책`이다.

예산은 지난 5년간 평균 8.4%씩 증가했지만, 정원은 고작 2.1% 증가에 그쳤다. 부족한 인력은 모두가 비정규직으로 충원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비정규직 이직률이 매년 40%가 넘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만큼 심각하다. 출연연의 고급 인력 양성과 공급 기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은 2류 인력의 `저장창고` 같다고들 한다.

출연연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최근 불거졌던 극지연구소 관할을 둘러싼 논란처럼 좌충우돌해선 안 된다.

출연연 문제는 `1+1=2`처럼 똑떨어진 답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연구원은 옳은 방안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를 정리해 공명정대하게 집행하면 그만이다.

욕심을 걷으면 모든 문제가 다 풀리게 돼 있다. 진작 그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박희범 전국취재 부장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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