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9·15 순환정전, 다신 겪지 맙시다

“장마 오기 전 6월 한 달이 특히 불안합니다. 전력수급 담당기관은 비상상황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불철주야 긴장하고 있습니다. 휴일 지나고 난 7일이 가장 걱정됩니다. 사실상 국민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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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 현장에서 뛰는 관계자들이 토로하는 고충이다. 지난 5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도 전력수급이 중요한 화두였다. `유럽발 경제위기` 관련 이야기가 먼저 나왔지만 할애한 시간은 전력수급 관련 부분이 훨씬 많았다. 둘 다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더 가까운 위기는 전력수급 문제임을 짐작할 수 있다.

결론은 `온 국민이 절전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십사`하는 것이다. 매우 간곡했다. 자칫 지난해에 겪은 9·15순환정전이나 그 보다 더한 블랙아웃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순환정전이 극미량의 바이러스가 들어가 있는 예방주사 수준이었다면 블랙아웃은 자칫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질병이나 마찬가지다. 가정은 물론이고 산업현장·사회간접시설에 전력공급이 중단된다. 직간접적인 피해금액은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난다.

올 여름 우리나라 최대 전력공급능력은 7854만㎾다. 지난해에 비해 90만㎾ 늘어났다. 그러나 올해 예상되는 최대 전력수요는 7707만㎾다. 지난해 보다 480만㎾ 많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예비전력은 147만㎾다. 예비전력 147만㎾는 비상상황에서도 관심·주의 단계보다 높은 경계에 해당한다.

휴가가 집중된 8월 초를 제외하면 올 여름 예비전력은 대부분 비상수준인 400만㎾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현상은 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5월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그동안 예비전력 500만㎾를 유지하는 것을 수요관리 기준으로 삼아왔다. 예비전력이 떨어지면 수요관리에 들어간다. 수요관리로 하루 평균 200만㎾의 전력을 확보하는데, 하루에 100억원가량 소요된다. 지난 동계수급기간(2011년 12월~2012년 2월)에는 수요관리로 900억원가량 지출됐다. 수요관리 비용은 전기요금의 일부를 떼서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충당한다. 전기를 많이 쓰면 요금이 늘어나고 전력기금은 수요관리 비용으로 사라진다.


5월 말엔 전경련과 석유·석유화학·철강·백화점 등 23개 업종단체가 공동으로 하절기 전기사용을 자율적으로 절약하자는 내용의 선언식도 가졌다. 하지만 6월 들어 전력수요는 연일 늘어나고 있다.

6월까지는 발전기 계획예방정비 때문에 전력공급 능력이 여름·겨울철보다 1000만㎾ 이상 부족하다. 지난해 9·15 순환정전도 발전기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사이에 늦더위가 덮치는 바람에 일어났다. 사고는 늘 방심할 때 찾아온다. 에너지절약도 방심하면 안 된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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