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금융감독원은 다소 황당한 통계를 내놨다. 당해 1분기 4대 신용보증기관 보증규모가 11조1000억원으로 은행 중소기업 대출규모 9조9000억원을 1조원 이상 넘었다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관이 중소기업 부도 발생 시 은행에 대신 갚아주겠다며 끊은 보증서 발급 규모가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한 금액보다 많았다. 금감원 측은 “보증서 발급과 은행 대출 시점 상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보증서 없는 은행 대출을 완전히 중단한 결과다.
유럽발 금융위기가 휘몰아칠 태세다. 파장은 바로 중소·벤처업계 자금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미 중소벤처 자금줄이 많이 말랐다는 점이다. 6일 전자신문이 주요 중소기업 정책자금 집행기관 자금집행 실적을 파악한 결과, 5월 말 현재 올해 지원 목표분 상당분이 소진됐다. 자칫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게 되면 정부의 신속한 대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표 중소기업 정책자금인 중소기업진흥공단 융자자금은 5월 말 전체 83.4% 지원처가 결정됐다. 녹색·신성장과 융·복합사업 등 신성장기반자금의 96.3% 지원이 결정됐고, 창업기업지원자금도 91.6% 지원처가 확정됐다. 다만 재해중소기업과 일시적 경영애로 등에 대해 지원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은 47.1% 정도만 소진됐다.
실제로 중진공 홈페이지(www.sbc.or.kr) 지역별 자금접수 현황을 보면 5일 현재 업무일 기준 사흘째임에도 불구하고 `붉은 글씨(접수 마감)` 일색이다. 중진공은 매달 초 접수를 새로 시작한다. 최천세 중진공 자금기획팀장은 “연초 계획대로 상반기에 80%, 하반기에 20%로 나눠 자금을 지원한다”며 “상반기 자금 대부분이 소진됐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하반기분(20%)은 7월부터 다시 집행한다”며 “자금 수요가 많아 내부적으로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진공 정책자금 다음으로 많이 찾는 신용보증기관 자금은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 수요가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보증지원 규모를 39조5000억원으로 잡은 가운데 5월 말 현재 18조5094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기존 보증업체 증액과 연장이 포함된 것이다. 올해 신규 발굴 지원 목표치는 8조8000억원인 가운데 절반을 크게 넘은 4조7242억원이 집행됐다.
기술보증기금도 올해 목표치로 16조8000억원을 잡은 가운데 5월 말까지 절반에 가까운 7조9336억원을 지원했다. 창업 기업의 경우 올해 6조9000억원을 목표로 세웠고 이중 3조3423억원이 집행됐다. 기보 관계자는 “매년 상반기에 55~60%를 지원하는데 현재로서는 예상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 경기상황을 보고 보증규모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관은 자체적으로 5%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국회 동의 없이 최고 30%까지 확대할 수 있다.
【표】중소기업 정책자금 집행실적(단위:백만원, %)
※자료:중소기업진흥공단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