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창업보육센터에서 열린 입주 기업 데모 데이. 행사에 참가한 한 멘토가 말했다. “멘토링은 장기로 치면 훈수입니다. 훈수 두는 사람은 말만 하지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결국 선택은 자기 몫입니다. 훈수를 싹 무시해도 안 되지만 혹 안 좋은 얘기를 들었다고 바로 포기하거나 아이템을 바꾸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리고는 7개 스타트업에 이렇게 말했다. “오늘 본 스타트업 중에 성공할 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참가자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성공할 기업은 없다면서 조언에 휘둘리지 말라니 무슨 말이야`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멘토의 말뜻을 다른 멘토에게서 유추할 수 있었다. “몇몇 친구는 멘토 조언에 너무 갈팡질팡합니다. 한 우물을 파지 못하고 사업 아이템을 금방 바꾸죠. 반대로 멘토 조언에 휘둘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팀이 있죠. 개인적으론 후자 쪽이 더 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소신과 끈기 없이는 창업 성공도 없습니다.”
흔히들 창업 성공의 필수 요소로 훌륭한 멘토의 존재를 꼽는다. 그래서 멘토링 행사와 네트워킹 모임이 넘쳐난다. 스타트업 성공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멘토도 많다. 모든 것이 불안한 스타트업에 이들의 조언은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이들은 냉정하게 말해 고마운 조력자일 뿐이다. 누구도 외로운 창업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
창업 성공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성공이란 두 글자를 얻을 수 있다. 이 시간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건 자기 믿음과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다. 혹 멘토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다른 아이템을 찾는다면 성공은 요원하다.
불행히도 스타트업에 좋은 멘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체 없는 이들이 성공한 벤처인을 자청하며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하는 때가 왕왕 있다. 아이템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이런 이들에게 휘둘릴 수도 있다. 창업은 본인의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이다. 주변 조언은 참고하되 절대적 기준이 돼선 안 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훈수는 훈수일 뿐 오해하지 말자.”
정진욱 벤처과학부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