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사이버 영토

국가 통치권이 미치는 영토는 본래 육지(땅)를 기본으로 했다. 20세기에 와서 영토 개념이 바다(영해)와 하늘(영공)로 확대됐다. 땅을 기반으로 물 위와 허공에까지 경계선을 긋는 육·해·공 영토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연안 200해리까지의 모든 자원에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다른 나라의 비행기는 우리 하늘 위를 마음대로 다닐 수 없다는 `영공권`, 이러한 권리를 무력으로 지키려는 `미사일 방어체제(MD)`까지 국가별 영토 경쟁은 21세기 현재에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제4의 영토 개념이 등장했다. `사이버 영토`가 거론된다. 사이버 영토는 아직까지 사전적 의미로는 정립돼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국민 생활, 기업 활동, 정부 활동의 디지털화로 재창조된 사이버 공간을 지칭한다. 즉, 인터넷 등 각종 통신수단을 기반으로 국민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 지능형 가상 국토쯤 된다. 국가별 영토는 영해, 영공에 이어 우주 개척까지 어느 정도 국제 기준이 정립된 상태다. 반면에 사이버 공간의 국제 기준은 마치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연상하게 할 만큼 무질서하다. 한때는 국가별 도메인 사용 점유율 경쟁을 두고 사이버 영토 전쟁으로 비유한 적도 있다.

사이버 영토는 아직까지 공용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자연스럽게 이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별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정부는 지난해 사이버 공간을 `제4 영토`로 선언하고 15개 관계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사이버 안보 마스터플랜을 내놨다. 민간 차원에서 사이버 영토 수호를 목적으로 내세운 한국사이버국군발전협회도 발족했다.

6월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호국보훈의 달`이다. 육지와 바다, 하늘을 넘어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유지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이 생존할 기반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 나라의 힘은 영토에 따라 좌우된다.


임동식 전국취재 차장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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