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기업 적성국에 첨단 장비 수출…도덕불감증 도마 위에

양국 정부 조사 착수, 국제 분쟁 비화 우려

이란 모바일 네트워크 시장에 `미국산` 장비가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과 이란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IT 제품에 대한 교역을 금하고 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IT 업체들의 도덕불감증이 국제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남아프리카 기반의 MTN 그룹과 이란 정부가 합작 설립한 통신벤처기업 MTN이란셀은 지난 2008년부터 선마이크로시스템즈와 HP 서버, 시스코시스템즈 라우터 등 장비를 이란에 몰래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6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와 화웨이를 통해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장비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밀 핵 프로그램을 개발 중인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수도 테헤란에 관련 장비가 들어간 것으로 파악돼 이란 정부는 물론 미국 상무부도 조사에 착수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MTN그룹에서 고위 임원직을 맡았던 크리스 킬로완은 “MTN이란셀의 모회사인 MTN그룹은 지난 2008년 이란과 미국 간 교역이 금지된 물품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었다”며 “선 서버의 경우 이란 업체인 파스타코퍼레이션스가 수입해 MTN이란셀에 납품해왔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다. MTN이란셀은 아리아함라시스템즈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두바이에 만들어 문제의 제품을 수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파코르스라는 업체 역시 MTN이란셀과 직접 교역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파코르스의 홈페이지에는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 로고가 선명하게 게재돼 있다.

미국은 북한이나 이란 등 적성국으로 분류한 국가에 첨단 기술 제품 수출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통신장비의 경우 도감청 등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 신중한 교역을 요구한다.


해당 기업들은 “이란으로 수출되는 줄 전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시스코는 “우리는 미국 수출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우리가 이란에 수출했다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HP와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현재 내사가 진행 중이며 미국 국제통상법은 우리가 따라야 할 가장 최우선 법”이라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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