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예산 1조 원 중 90%가 소진된 산업은행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에서 정작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은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 지원 의지를 밝힌 산은이지만 실제 집행과정에서 지원 기준과 규모가 크게 후퇴한 것이다.
산은은 지난해 9월 벤처·중소·중견기업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1조원 규모 `KDB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창업 초기단계와 성장·성숙단계로 나눠 각각 3000억원과 7000억원을 배정했다. 산은은 발표 당시 창업 초기단계를 창업 3년 이내 혹은 매출 30억원 이하 창업 7년 이내 기업으로 제한했다. 성장·성숙단계는 창업 초기 단계외 기업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올 봄 초기단계 기업 정의에서 `매출 30억원 이하`란 단서가 삭제됐다. 매출 30억원이 초기와 성장·성숙을 나누는 기준으로 애매하다는 이유에서다. 매출 제한이 풀리면서 초기단계에 배정된 3000억원 예산 중 일부는 성장·성숙단계 기업에 집행됐다.
매출 제한 삭제로 스타트업은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실제 산은이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 300개 기업 중 스타트업은 30개에 불과하다. 원래 초기단계와 성장·성숙단계 예산 비율은 7대 3이었지만 지원 기업 비율은 9대 1로 벌어졌다. 산은이 안정성을 고려해 매출이 적은 스타트업 지원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산은은 “1조원 중 현재까지 산은이 집행한 예산은 총 8870억원으로 이중 30개 스타트업에 지원한 예산 총액을 영업정책상 이유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30개 기업 중 스타트업 투자 지원을 받은 기업 수도 같은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는 산은 직접 투자가 핵심이다. 심사기준을 완화하고 손실이 발생해도 심사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등 내부 면책조치도 마련했다. 불확실성을 이유로 스타트업 투자를 꺼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이지만 실제 투자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
초기단계 예산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선 지원이 부진해 수요가 많은 성장·성숙 단계로 일부를 돌렸다는 설명이다. 오진교 산업은행 종합기획부 단장은 “정부를 비롯해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 많아 수요가 분산, 초기단계 지원이 부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산은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다수 스타트업이 여전히 투자와 지원에서 소외된 상황에서 조건이 좋은 파이오니어 프로그램 지원이 부진하다는 말은 납득이 어렵다”며 “지원 기준과 예산 후퇴, 불분명한 상황 설명으로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산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은 파이오니어 프로그램 창업 초기단계 기업
![산은, 벤처 지원에서 스타트업은 소외](https://img.etnews.com/photonews/1206/286169_20120601160031_964_T0001_550.png)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