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EU,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반덤핑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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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반덤핑 카드를 꺼내들었다.

EU가 중국 이동통신기기 제조업체 화웨이와 ZTE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EU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EU는 사전 조사를 통해 화웨이와 ZTE가 중국 정부로부터 불법 보조금을 받은 증거를 확보했으며,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아 EU 기업들에 피해를 끼친 사실을 확인했다. EU가 반덤핑 판결을 확정하면 화웨이와 ZTE는 보복관세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EU는 에릭슨과 알카텔 루슨트, 지멘스 노키아 등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U가 그동안 섬유, 신발 등 소비재 위주의 반덤핑 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첨단 기술 제품 조사는 이례적이다. 이번 조사는 또 피해 기업 제소 없이 EU가 직권으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 첫 사례라서 주목된다.

화웨이는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불법 보조금을 받은 적이 없고 덤핑 행위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잘못된 사실에 기반을 둔 EU의 반덤핑 조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EU가 반덤핑 카드를 꺼낸 이유로 경제위기를 지목했다.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커지고 중국 기업의 `유럽 침공`이 거세지자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중국 견제론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EU의 중국 무역적자는 2010년 1680억유로로 2000년에 비해 세 배나 늘었다.

푸츠마이스터, 키커트와 같은 우량 중소기업이 대거 중국 기업에 팔리면서 기술 유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너선 홀스래그 브루셀종합중국연구소 연구원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EU 국가들 사이에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퍼졌다”면서 “이 같은 인식이 중국을 동지에서 적으로 보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론에 떠밀려 반덤핑 조사에 나선 EU가 실제 반덤핑 판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필수기 때문이다. EU는 긴급 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 중국에 국채 매입을 타진한 바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출연기금을 7000억유로로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은 EU의 두 번째 무역 상대국으로 올해 거래 규모는 500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