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 공연보상금 부담에…대기업 도리는?
대형 할인점에서 아이유 노래가 사라졌다. 소녀시대와 빅뱅 노래도 들을 수 없다. 넓은 매장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클래식이나 오래된 팝송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작권자가 요구하는 대가를 할인 마트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 이어 최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저작권 없는 음악만 쓰기 시작했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나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저작권 단체가 매장 내 음악에 공연보상금을 요구하자 대형 할인점이 저작권이 소멸된 음악만 트는 모습이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처럼 규모가 큰 매장에서 음악을 틀게 되면 음악 `전송` 대가 외에 공연보상금을 따로 내야 한다. 매장 내 음악 재생을 일종의 `공연`으로 본 해석이다. 처음엔 작곡가 등 저작권자만 공연 보상을 받았지만 2009년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제작사나 연주자 등 저작 인접권자도 수혜를 입는다.
대형 유통 시설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내는 금액의 70%를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음악실연자연합회에 각각 더 내야 한다. 음악 사용료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음악 권리자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생겼지만 대형 할인점은 지출이 늘어난 셈이다.
징수 규정 발표 전부터 음악 권리자 단체와 협상에 난항을 겪던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먼저 저작권이 없는 음악만 틀기 시작했고, 홈플러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음악계는 “대기업이 문화에 기여할 생각은 않고 얼마 안 되는 저작권료마저 피해 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형 할인점 역시 강경 자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다양한 음악을 사용하는 편이 좋지만 저작권료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 부담”이라며 “당분간 최신 가요를 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음악계는 향후 커피 전문점 등으로 공연보상금 납부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 관계자는 “매장 내 공연보상금 기준과 범위 등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이 음악 사용 대가를 피해 가려는 모습은 아쉽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